[브릿지 칼럼] 중국 반환 20주년 맞은 홍콩의 장래

박종구 초당대 총장
입력일 2017-07-09 14:40 수정일 2017-07-09 14:41 발행일 2017-07-1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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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구 초당대 총장

영국의 식민지였던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지 20년이 되었다. 민주화 열망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아시아 네 마리 용의 하나로 성장한 홍콩의 장래는 어떻게 될까.

1997년 홍콩이 중국에 반환되었다. 중국은 주권을 회복했지만 일국양제(一國兩制)의 기틀을 유지했다. 지난 20년간의 성과는 눈부시다. 인구는 1997년 649만 명에서 2016년 734만 명으로 늘어났다. 1인당 국내총생산은 1997년 21만 홍콩달러에서 지난해 33만9500홍콩달러로 증가했다.

미국 헤리티지 재단의 경제자유지수 평가에서 23년 연속 1위를 기록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금년 1위를 차지했다. 고등교육 부문의 경쟁력도 인상적이다. 2015년 QS 세계 대학평가에서 홍콩대는 26위를 차지했다. 50위 안에 홍콩과기대(30위), 홍콩중문대(44위), 홍콩시티대(49위) 등 4개가 포함되었다. 중국 3개 일본 2개를 압도한다.

홍콩은 본격적인 불확실성 시대로 진입했다. 2014년 발생한 민주화 투쟁인 ‘우산혁명’의 여진이 아직도 남아있다. 많은 사람들이 정치적 자유와 언론·표현의 자유, 사법권의 독립이 현저히 약화되었다고 느낀다. 지난 5월 홍콩대가 실시한 16개 국가 호감도 조사에서 중국에 대한 호감도가 꼴찌로 나타났다.

일국양제에 대한 의구심도 깊어졌다. 홍콩인들이 줄기차게 요구하는 직접선거가 실현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반대로 중국 정부의 장악력은 커지고 있다. 입법부에는 다수의 친(親) 중국 의원들이 포진되어 있어 민주화 열망이 입법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

시진핑 주석은 반환 20주년 기념식에서 “국가의 주권·안전을 해치는 활동과 중앙권력에 대한 도전은 레드라인을 넘는 것”이라며 베이징의 통제력이 계속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마지막 영국 총독이었던 크리스 패튼 옥스퍼드대 총장은 뉴욕타임스 기고에서 “중국을 신뢰할 수 있을까”라며 베이징의 신뢰성에 근본적 의문을 제기했다.

양극화와 빈부격차 문제도 심각하다. 소득 불평등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1996년 0.477에서 2015년 0.533, 2016년 0.507로 높아져 심각한 상태이다. 중국(0.53)과 비슷한 수준이다. 본토와 거래하는 기업인과 친중국 관료 집단에게 성장의 과실이 집중되는 반면 서민들의 삶은 나아진 것이 없다는 불만이 많다.

차이나 머니의 유입으로 부동산 가격이 폭등해 자산 불평등은 도를 넘어섰다. 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이 홍콩은 13.5로 UN의 적정기준 3~5를 훨씬 상회한다. 밴쿠버(9.5), 시드니(8.3), 런던(7.8), 도쿄(7.7), 뉴욕(7.2) 보다 월등히 높다.

홍콩의 장래를 결정짓는 주체가 홍콩인이 아니라 베이징이라는 아이러니는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다. 홍콩 교역의 중국 비중이 1997년 36.3%에서 2016년 50.8%로 늘어났다. 중국경제권에 빠르게 통합되고 있다. 사회, 문화 등 비경제부문의 대륙화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홍콩은 한국의 5대 무역시장이자 3대 수출시장이다. 작년 양국 교역액은 322억 달러에 달한다. 동과 서를 연결하는 모델도시 홍콩의 장래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은 왔지만 완연한 봄은 아닌 듯하다.

박종구 초당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