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혈세·일자리만 날린 알뜰주유소

양진형 한국석유유통협회 상무
입력일 2017-06-28 15:48 수정일 2017-06-28 16:02 발행일 2017-06-29 23면
인쇄아이콘
양진형상무
양진형 한국석유유통협회 상무

현재 국내 석유유통 정책은 2011년 이명박 정부의 ‘기름 값이 묘하다’라는 한마디에 급조된 포퓰리즘의 산물이다. 유가인하라는 정책효과를 달성하지 못했음에도 관행적으로 지속된 지난 정권의 유물이다. 이명박 정부는 각종 특혜를 부여한 알뜰주유소를 앞세워 민간시장에 개입, 현재까지 많은 문제점을 야기했다. 

알뜰주유소 정책의 문제점으로는 첫째 당초 목표했던 기름 값 인하 및 국민후생 증대는 미미한 채 특정 사업자의 잇속을 채우는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매년 알뜰 사업자 시설개선 지원 및 석유전자상거래 제도 운영 등 직간접 지원에 연간 200여 억 원의 국민혈세가 제공되어왔다. 그럼에도 유가인하 효과는 갈수록 미미해 △휘발유의 경우 2013년 20.85원에서 2016년 8.18원으로 △경유는 12.06원에서 4.56원으로 각각 감소했다. 2016년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알뜰주유소 진입으로 인한 시장경쟁 효과에 관한 연구’ 에 따르면 알뜰주유소의 낮은 가격은 알뜰 브랜드에 대한 상대적 가치의 결과에 불과하며 과포화 상태의 국내 주유소 시장이 완전경쟁에 가까운 상황을 고려할 때 가격인하의 여력은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둘째 1997년 국내 석유시장 개방 이후 세계적 메이저인 엑슨모빌, BP 등 외국인 사업자 진출이 없을 정도로 국내 주유소 간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정부의 각종 지원을 앞세운 알뜰주유소의 시장진입은 민간주유소의 휴·폐업 가속화 등 국내 석유 유통시장의 생태계를 파괴해 왔다는 점이다. 알뜰 정책으로 인해 2012년부터 2016년까지 폐업한 주유소는 1301개소에 이르며 1개 주유소당 주유원을 포함함 고용 인력이 평균 8명임을 고려하면 5년 간 약 1만여 개의 주유소 일자리가 사라지고 만 것이다.

셋째 알뜰주유소 사업을 실행하는 공기업들이 본연의 기능을 벗어나서 불공정 경쟁을 조장해 왔다는 점이다. 에너지 안보를 책임져야 할 석유공사는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민간시장에 관여하고 있으며 도로공사는 고속도로 주유소 계약연장 권한을 바탕으로 부당하게 주유소 경영에 간섭해 국도변 골목상권 주유소들을 폐업의 구렁텅이로 몰아가고 있다. 특히 도로공사는 ‘주유소 운영서비스 평가지표’를 만들어 주유소 운영자들에게 최소한의 영업이익조차 포기하도록 강요하는 등 주유소 판매가격에 부당하게 개입해왔다. 오죽했으면 한국석유유통협회와 주유소협회 소속 회원들이 지난 3월 도로공사 본사를 항의 방문해 도로공사의 갑질횡포와 경영간섭 중단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겠는가. 현재 양 협회는 부당경영 간섭 행위로 공정거래위원회에 도로공사의 제소를 준비 중이다.

MB의 말 한마디에 급조돼 석유시장의 생태계를 황폐화시키고 있는 알뜰주유소 정책을 새 정부는 폐기해 불필요한 국가 예산낭비를 중단하고 건전한 석유시장 육성에 힘써야 한다. 셀프주유소 육성 등 유가인하 정책은 지속하되 국내 주력 수출산업인 석유산업의 경쟁력 강화하는 방향으로 석유정책을 전환해야 한다.

공기업인 석유공사는 알뜰 주유소에 대한 각종 특혜를 중단하고 자율적 경영을 유도해야 한다. 도로공사는 역시 고속도로 알뜰주유소에 과도한 저가 판매 강요를 즉각 중단하고 공사법이 정한 바대로 도로의 정비촉진 및 교통문화 발달에 전념하길 바란다.

양진형 한국석유유통협회 상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