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노하우 만큼 노웨어 전략 중요

이해익 경영컨설턴트
입력일 2017-06-21 15:14 수정일 2017-06-22 14:47 발행일 2017-06-22 23면
인쇄아이콘
이해익 경영컨설턴트
이해익 경영컨설턴트

세계적으로 장사에 이골이 난 민족으로 유태인을 꼽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의 월가를 장악하고 세계경제를 요리하는 게 유태인과 그들 자본이 아닌가. 또 아라비아의 상인도 만만치 않다. 사막을 가로질러 목숨을 걸고 낙타와 함께 장사를 해 온 민족이다. 그들은 장사셈을 헤아리기 위해 아라비아 숫자를 탄생시키지 않았는가. 중국도 세계 강대국이던 당(唐)나라와 원(元)나라를 거쳐 청나라 몰락까지 오랜 세월 유럽까지 실크로드를 깔았다.그리고 세계시장을 누비며 일류상품 비단, 도자기, 차(茶)를 공급했다.그 중 비교적 가까운 과거까지 세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고수하던 상품이 도자기와 차(茶)였다. 유럽에서 China는 중국이라는 국가를 뜻하기도 하지만 도자기의 다른 이름이다. 최근세에 영국의 본 차이나(Bone China)는 송아지 뼛가루를 고령토에 섞어 좀더 질기고 얇고 가벼운 도자기를 만들어 낸 개량품이다. 그래서 China는 영국 도자기의 영광을 상징하는 상표의 일부가 되기도 했다.도자기가 China가 되었듯이 차가 곧 tea라는 용어가 되었다. 차의 베이징어 발음은 cha이지만 주요 수출창이던 푸젠성 사투리 발음은 te라고 했다.바로 그것이 영어 tea의 어원이다.중국, 유태인, 아랍인 세 민족에게는 공통점이 있다.열악한 환경과 고난을 ‘질기게 이겨 온 역사’와 ‘공간 극복’에 있다는 점이다. 유태인은 나라 잃은 지 2000년 가까이 세계 만방에서 떠돌이를 했다. 중국 상인 역시 그렇다. 상인이나 상업이란 말도 원래 상(商)나라로부터 비롯되었다고 ‘중국인의 상술’ 저자 강효백씨는 지적했다. 주나라 무왕이 상나라 주왕을 토벌하자 천하는 주나라가 되었다.그래서 상나라 사람들은 세상을 떠돌면서 장돌뱅이로 생계를 유지하게 되었다. 그때부터 세상사람들은 그들을 ‘상인(商人)’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동남아시아 그리고 세계 각국에 흩어져 돈 주머니를 꿰차고 있는 6000만명의 화교들 핏속에는 상나라 사람들의 유전자가 숨쉬고 있다고 할 수 있다.또 한민족 우리네 핏속에도 상나라 사람들의 DNA가 숨쉬고 있다. 중국 고대국가 상나라(=은나라)는 동이족 당시 고조선과 뿌리가 같다는 상당수 고대 역사학자들의 주장이 설득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은 20세기부터 세계를 누비며 10대 무역국가가 되지 않았는가.국경의 개념이 희박해진 오늘날은 노-하우(Know-How) 못지 않게 노-웨어(Know-Where)가 더욱 중요하다. 그게 공간극복이다. 핵심기술과 Know-How가 한 기업에서 값싸게 모두 해결되기 힘들다. 각기 장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자동차의 경우를 보자. 엔진과 트랜스미션은 독일 벤츠 라이센스 생산이고, ABS장치는 독일 보쉬 것이고 에어백은 스웨덴산(産)이다.“싼 곳에서 생산하여 비싼 곳에서 판매한다.”이것이 Know-Where의 핵심전략이다. 바로 공간경영이다. 나이키도 그렇다. 디자인과 상품기획은 수요가 제일 많은 선진국 본부에서 하고 생산조립은 중국과 동남아에서 한다. 한 때 한국은 신발 왕국이었다. 그 덕에 아직도 상당부분 소재와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한국의 신발 산업이 경쟁력을 잃었다는 것은 조립산업이다. 이렇게 노-하우 노-웨어를 잘 결합하는 게 중요하다.이해익 경영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