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칼럼] 고객만족 없이 내수활성화 없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입력일 2017-06-19 16:10 수정일 2017-06-19 16:13 발행일 2017-06-2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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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연휴·주말은 교통지옥이다. 고속도로는 차로 한가득이다. 정체구간에선 아예 브레이크 페달에 발을 고정시키는 게 속편하다. 대부분 놀러가는 사람들이다. 관광지는 사람 천지다. 숙박시설은 일찌감치 예약해야 낭패 보지 않는다. 또 하나. 나들이하기 좋은 봄·가을엔 전국이 축제무대다. 입소문이 난 축제공간은 인산인해다. 볼거리는 놓치고 앞사람 등만 실컷 봤다는 우스갯소리마저 나온다. 마지막. 좀 길게 쉰다 싶은 황금연휴 공항풍경도 엇비슷하다. 2시간 전 도착만으로 여유로운 면세쇼핑은 사실상 불가능할 정도로 대기라인이 길다. 

이 세가지 풍경에 동의하지 않는 이는 거의 없을 터다. 전형적인 호황기의 모습이다. 금전 여유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쉽게 펼쳐지지 않을 풍경이다. 일반화의 오류를 피하긴 어렵지만, 어쨌든 이런 풍경에서 확실히 호황의 온기가 감지된다.

하지만 이 같은 풍경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높게 잡아야 3% 안팎, 대략 2% 중반으로 추정된다. 불황이란 얘기다. 결국 2017년 한국사회는 불황과 호황이 교차한다. 보통사람들은 “힘들다면서 다들 즐길 건 즐기네!”라는 한마디로 정리된다.

지표가 나타내는 불황에도 불구하고 휴일이면 볼거리와 먹거리 등 즐길 거리를 찾아 떠나는 사람들. 여러 이유로 사람들은 쉬면서 즐기고 싶어 한다. 유희수요의 지속성이다.

소득에 따라 선택의 차이는 있어도 인간의 유희수요는 본능적이다. ‘호모 루덴스(놀이하는 인간)’란 말이 괜히 나왔겠는가. 문제는 이 욕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하는 공급부문 흠결이다.

국내의 축제현장이나 관광지 어디를 가도 ‘그놈이 그놈’같은 비슷하고 무미건조한 제품과 서비스만 보인다.

한국의 내수현장에 고객만족은 찾아보기 힘들다. 특히 유통·관광 등 소비자들이 자주 접하는 소매부문에서 고객만족도는 매우 떨어진다. 전형적인 공급우위 시장답게 결정권과 지배력은 판매자가 독점한다.

고객눈치·입김이 반영될 여지는 적다. 이렇다 할 대체·보완재가 없으니 울며 겨자 먹기로 지출할 따름이다. 이를 성공적인 시장장악이라 본다면 할 말이 없다. 고민이 적으니 혁신은 별로다. 공간만 다를 뿐 천편일률적인 제품·서비스가 판박이처럼 제공된다. 언제 가든 차이는 없다.

소비자는 냉정하다. 감동·추억이 없는 곳에 반복해서 방문할 인내심은 없다. 한번은 당해도 두 번은 없다는 게 솔직한 속내다. 지금처럼 영세하고 후진적인 내수시장의 공급시스템이면 희망은 없다.

돈이 없어서 안 쓰는 건 아니다. 쓸 데가 없어 못 쓴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까다로워진 소비욕구에 부응하는 내수시장이라면 불황은 없다. 없는 돈조차 긁어모아 쓰도록 유인하는 게 기본이다.

한국은 수출국가다. GDP대비 85%가 무역에서 비롯된다. 역으로 내수기반은 아주 빈약하다. 향후의 저성장을 이겨내자면 내수확대로 균형을 찾는 게 급하다. 다만 이대로라면 곤란하다. 고객이 갈구하는데도 만족스러운 서비스와 재화를 제공하지 못하며 내수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은 요원하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