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칼럼] '글로벌 골디락스' 왕따 안되려면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총괄연구본부장
입력일 2017-05-03 16:24 수정일 2017-05-03 16:27 발행일 2017-05-04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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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완 총괄본부장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총괄연구본부장

지금 세계 경기는 저점을 통과해 호황 사이클로 진입하는 모습이다. 미국과 유럽이라는 거대 소비시장이 경기가 살아나면서 자연스레 중국 등 아시아 생산국 수출 경기가 호전되는 전형적인 경기 회복 사이클이다. 더구나 이번 경기 회복은 저물가-고성장 경기 국면이 장기간 지속되는 ‘골디락스 경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 이유는 이렇다.

첫째, 미국과 유럽의 고용 상황 개선이 지속되어 소비 여력이 확충되고 있다. 미국 실업률은 4.5%, 유럽은 8% 수준으로 각각 5%, 10%인 자연실업률을 훨씬 밑돌고 있다. 이 정도면 임금의 대폭 상승이 유발되어야 마땅하나, 실제 모습은 그렇지 않다. 일할 의사와 능력은 있으나 구직활동을 않는 노동자, 즉 슬랙(slack)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아직 미국이나 유럽의 고용은 더 늘어날 여지가 충분하다.

둘째, 장기간의 디레버리징(deleveraging, 부채 상환)으로 소비자들의 재무적 건전성이 좋아졌고, 이것이 내구재 소비를 이끌고 있다. 미국 가계는 서브 프라임 초기에 상당한 디레버리징이 일어났고, 아직 건전한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 유럽은 재정위기까지 겪으며 최근까지 디레버리징이 지속되어 어느 때보다 가계가 건전한 상태다.

셋째, 수요를 웃도는 충분한 공급능력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제한될 것이다. 서브 프라임 이전에 극도로 확대되었던 산업과 원자재 공급 능력은 아직 수요를 충분히 웃돌고 있다. 미국의 셰일 혁명으로 원유 공급 능력도 대폭 확대되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상태인가. 늘 그렇듯 수출과 내수의 양극화다. 수출은 선진국 경기 호조에 힘입어 6개월 연속 증가세다. 4월에는 역대 2위인 510억 달러를 기록했고, 연간으로 다시 5000억 달러대를 회복할 모양이다. 그러나 내수는 여전히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싸늘하게 식어있다.

내수 침체의 가장 본질적인 원인은 지난 수년간 빚을 권장해온 저금리 정책 때문이다. 다른 나라들은 가계부채를 줄여 튼튼한 가계 재정을 만들어왔는데 우리만 가계 빚을 권장해 왔다. 그 결과 소득의 상당부분이 빚 갚는데 들어가, 소비 회복을 제약하는 케인즈 식의 ‘절약의 역설’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또 다른 원인은 과도한 산업 구조조정에 있다. 서브 프라임 이후 공급과잉-수요부족 상황에서 경쟁국들은 어떻게 해서든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금융 주도 구조조정으로 산업을 궁지로 내몰았다. 경쟁력을 올리기 위한 구조조정이 아니라 정부 책임 회피성 구조조정을 해 왔다. 그 결과 우리 산업기반의 상당 부분이 초토화되었다.

이제 새 정부가 할 일은 자명하다. 첫째, 지금이라도 금리를 정상화해 부채 느는 것을 막아야 한다. ‘한계 가계’에는 이자부담(경우에 따라서는 채무부담까지도) 경감과 조속한 신용회복 프로그램을 실행해야 한다. 둘째, 산업 경쟁력을 높일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가동해야 한다. 산업기반 훼손을 방지해 경기 회복기에 좋은 일자리가 더 많이 창출되도록 해야 한다.

새 정부는 이 두 가지에 주안점을 두고 초기 경제 정책을 펼쳐나가야 한다. 그래야 우리도 골디락스 경제를 제대로 누려볼 수 있을 것이다.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총괄연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