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칼럼] 전쟁불사론: 한반도의 영구 평화를 위한 접근

조진래 기자
입력일 2017-04-26 08:00 수정일 2017-05-02 13:40 발행일 2017-04-25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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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병경 교수
현병경 성균관대 행정학과 교수

 한국사회에는 북한이 무력도발을 해도 대충 넘어가자는 흐름이 강하다. 핵과 미사일 개발로 전쟁 위협을 해와도 지금 당장 오늘은 괜찮으니 주식 값 떨어진다면서 조용히 처리하려 든다. 어찌 보면 북한이 강하게 나올수록 가만히 있거나 원하는 것 일부를 내주더라도 더 이상 악화되지 않길 바라면서 전쟁을 막는 선택이라 생각하는 듯하다. 이러니 북한은 겁 없이 더 기를 쓰고 자신의 최후 안전판이라 여기는 핵과 미사일 실험을 마구잡이로 해댄다.

그나마 미국이 적극적이다. 버락 오바마 정부 때는 ‘전략적 인내’라는 알듯 모를 듯 한 원칙 아래 시간 때우기로 지냈지만, 북한이 일본에 있는 미군기지 10곳과 괌까지 사정거리에 넣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개발해 미 본토까지 위협해오자 발등에 떨어진 불처럼 민감하게 반응하기 시작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새 정부의 출범에 맞춰 북한에 대한 모든 선택(옵션)을 검토하면서 공세적인 대처에 나서고 있다. 지난 4월에 접어들어서는 선제타격론까지 흘리고 있다. 여기에 중국까지 무역과 환율을 앞세워 압박하면서 북한의 위협을 해소하려고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중국도 4월 6~7일 미중 정상회담에 이어 트럼프-시진핑 양 정상의 통화 이후에는 진정성이 느껴지는 적극적인 대북 조치에 나서고 있다. 얼마 전에 미국이 환율조작국 지정에서 빼면서 다그치자 보다 가시적인 성의를 보이고 있는 듯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치권 일부에서는 “절대로 전쟁은 안 된다”’면서 정치지도자들까지 나서서 북한과 대화를 통한 해결방법을 찾자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다 보니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김정은에 대한 반 인류범 형사처벌이 진행되는 마당에 한국만 딴소리를 내는 꼴이다. 이러다간 우리 스스로 국제사회에서의 불신과 고립을 자초할 수 있다.

북한은 이런 한국을 우습게 여기면서 제멋대로 강경일변도의 입장을 밀어부칠 것이다. 우리가 다가설수록 돈과 물자를 비롯해 원하는 것을 더 많이 얻어내려는 일방적인 대화와 교류에만 나설 것이 뻔한 이치다.

절대로 평화를 구걸하여 유지해서는 안 된다. 평화를 외친다고 위협이 해소되거나 전쟁을 막을 수는 없다. 오히려 상대에게 우리는 절대로 선제공격을 하지 않겠다거나 전쟁을 일으키지 않는다고 말해 버리면 더 우리의 숨통을 죄며 제멋대로 처신하기 마련이다. 게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위협의 강도는 높아지고 진짜 전쟁까지 눈앞에 다가서기 마련이다.

우리는 평화와 전쟁의지 그리고 안보의 논리구조부터 잘 알아야 한다. 평화는 전쟁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막을 수 있다. 국민들이 ‘전쟁불사론’의 굳은 의지를 다지면서 대처해야 상대가 겁을 먹고 뒤로 물러서며 전쟁을 피하려 든다. 정치 지도자들은 현재의 상황에 대해 보안 사항이 아닌 한 있는 그대로 공개해 국민들이 실상을 알고 단결하도록 이끌어야 한다.

필요하다면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강경 대응의 불가피성을 내세우면서 전쟁을 두려워하지 않는 불퇴전의 의지를 뿜어내야 한다. 결코 호전적 주전론을 말하는 게 아니다. 그래야 한반도에서의 전쟁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전쟁을 막으려면 더 강한 힘을 갖춰야 할 뿐이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도 군사적으로 제압할 수 있는 작전수행능력과 군비를 갖춰야 할 뿐이다. 2022년까지 한국형 3축 체계를 조기 완성한다지만 생화학무기, 특수부대, 전방의 장사정포 등에 대한 전방위적인 방어태세를 갖추도록 해야 한다. 그러고 나면 우리가 할 말을 당당히 하면서 대화 국면을 조성하고 평화 분위기를 정착시킬 수 있을 것이다.

오랜 우리 역사와 인류문명사를 살펴보면 전쟁을 피하기 위해서는 전쟁을 준비해야 한다는 게 평범한 진리이자 이치다. 안보가 전쟁을 막지 평화를 외치는 구호와 대책 없는 대화가 전쟁을 막진 못한다. 전쟁의지와 안보의 힘으로 지켜내는 평화라야 전쟁을 원천적으로 막는 진정한 평화다. 그래서 우리 국민이 제2의 한국전쟁을 막기 위한 진정한 한반도 전쟁방지론의 요체는 바로 ‘전쟁불사론’이다.

현병경 성균관대 행정학과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