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공무원이 먼저, 국민은 그 다음

이해익 리츠 경영컨설팅 대표
입력일 2017-04-24 15:05 수정일 2017-04-24 16:20 발행일 2017-04-25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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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익 경영컨설턴트
이해익 경영컨설턴트

포춘이 선정한 2017년 미국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기업 1위는 구글이다. 그렇다면 2위는? 대기업도 아니고 유명하지도 않은 미국 동부의 마트체인 웨그먼스다.

매장수라고 해봐야 93개. 28개국 1만1000개 매장이 있는 월마트에 비하면 초라한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방미터당 매출은 14달러로 업계 평균 9.39달러보다 훨씬 높다. 더욱이 이 마트는 종업원 뿐 아니라 소비자도 가장 좋아하는 마트다. 시장조사업체 마켓포스 인포메이션의 2016년 조사에서 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마트 1위가 웨그먼스다.

직원과 소비자 모두 최고라고 생각하는 이 마트의 비결은 무엇일까. 바로 본사에 걸려 있는 이 문구 때문이다. ‘직원이 먼저, 고객은 그 다음’(Employees First, Cistomers Second.)

이 회사 임금정책의 원칙은 업계 최고를 보장한다는 것. 매장 일반직원의 평균 연봉이 3만6542달러(약 4090만원)로 미국 마트 평균보다 25% 높다. 이 회사는 101년간 단 한 명의 해고도 없었다. 2012년 뉴욕 한 매장이 문을 받게 되자 직원들은 2주 만에 인근 매장에서 모두 일할 수 있도록 했다.

대학 가라고 회사 차원에서 독려하는데 지금까지 직원 3만3000여 명을 대학에 보내기 위해 쓴 돈이 1억500만 달러(약 1200억원)다. 고객 서비스에 대해서도 직원들에게 권한을 충분히 부여한다. 직원들을 최고로 대접하니까 직원들은 고객을 최고로 대접하게 된다. CEO(최고 경영자) 대니 웨그먼스는 “우리 직원들은 고객들을 행복하게 한다. 내 역할은 그런 직원들이 행복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고객 만족을 위해서는 먼저 내 식구가 만족해야 한다는 것이다.

“직원들 월급 잘 주는 회사가 되자. 협력업체에는 가능하면 현금을 주자. 1등 기업이 되는 것보다는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게 돈 잘 주는 회사가 되자.”

한세실업 김동녕 회장의 각오다. 실제로 이 회사의 작년 신입사원 연봉은 4450만원(군필 기준)으로 의류업계 1위 제일모직과 비슷하다. 성과급이나 복지수당을 합친 총 연봉은 5대 그룹 수준이다. 한세실업은 제품이 국내에는 판매되는 게 없어서 덜 알려진 편이지만 직원들 대접이 남다른 기업이다. 1982년 창업 이래 OEM 및 ODM 의류 전문기업으로 매출 2조원을 향해 달리고 있다. 베트남, 니카라과, 과테말라, 미얀마, 아이티, 인도네시아 등 6개국 12개 해외법인을 통해 3만5000여 명의 직원들이 함께하고 있다.

2003년 적자였던 ‘예스24’를 인수한 직후에도 김 회장은 직원들 월급부터 챙겼다. “시장 점유율 1등인데 적자에 허덕이는 이유는 뭘까. 알고보니 과당경쟁 때문이더군요. 그때 직원들에게 그랬어요. 1등도 좋지만 월급 받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자고요. 그때부터 출혈에 가까운 할인행사를 접었죠. 당장 시장 점유율은 떨어졌지만 덕분에 점차 흑자로 돌아섰고요.”

직원부터 숨쉬고 행복하게 하는 조직체!

국가도 마찬가지가 아니겠는가. ‘세월호’가 터지자 담당 공무원부터 질책하고 조직부터 해체하는 탄핵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

부패를 뿌리 뽑고 공무원 사기를 올려 오늘의 싱가포르를 건설한 고 리콴유 총리.

5월9일 대통령선거일. 한국인들은 어떤 대통령을 뽑을까.

이해익 리츠 경영컨설팅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