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칼럼] 인구클라이맥스엔 늦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입력일 2017-04-23 16:59 수정일 2017-04-23 16:59 발행일 2017-04-24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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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2017년은 인구변화의 분기점이다. 최초로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는데다 노인 인구가 14%를 넘기는 고령사회 진입 원년이다. 전체적으론 좋지 않은 염려가 압도적이다. ‘인구=생산=소비’란 점에서 불가피하다. 문제는 애초 속도보다 특정 시점이 앞당겨진다는 점이다. 분모(출산)가 급속도로 위축된 가운데 향상될 여지가 줄어든 반면 분자(고령)는 수명연장과 베이비부머를 포함한 전후세대의 대량은퇴가 본격화되면서 급속도로 불어난다.

인구변화야말로 사회체계와 경제구조를 비롯한 ‘사람의 삶’에 총체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도 많은 이들이 의외로 인구변화에 무감각하다. 외면·주저·방치할 뿐이다. 두렵고 답답하거니와 먼 훗날 얘기라는 합리화도 원인이다. ‘왜 변하고, 어떻게 변할지’의 근본적인 문제 제기와 상황 분석은 뒤로 밀린다. 인구변수의 분석·추적은 중차대한 이슈다. 미래사회·경제를 결정짓는 상위인자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인구변화로 세상은 흔들리고 뒤집힌다. 하물며 속도조차 위협적이다.

이제껏 인구변화는 증가에 방점이 찍혔다. 지금도 세계 평균으로는 여전히 폭발적인 증가세다. UN도 후발국 인구증가를 심히 염려한다. 반면 고도성장이 종료된 한국 등 성숙국가는 사정이 다르다. 인구감소가 골칫거리다. 덜 낳고 더 사는 인구변화는 부정적인 결론과 연결된다. 불안·공포·충격적인 미래 예측이 불가피하다. 노인인구(65세↑)가 20%를 넘어 ‘초고령사회’로 기록된 일본·독일·이탈리아 등이 그렇다. 한국도 2026년이면 이 그룹에 들어간다.

감소세에 진입했거나 막 들어선 국가에서의 인구변화 후폭풍은 광범위하다. ‘현역감소·노인증가=인구감소’의 등식 때문이다. 재정압박·성장둔화·격차확대·사회폐색 등 유례 없는 갈등유발이 예고될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런데도 위기감은 별로다. 학계를 비롯해 일부 전문가가 인구변화의 위협경고를 월례행사처럼 강조해도 소 귀에 경 읽기다. 연금고갈 등 민감한 문제와 연동될 때 잠깐 심각성을 확인할 뿐 돌아서면 그뿐이다. 정치권은 포퓰리즘(인기영합)에 의탁해 정권창출만 관심이 갈뿐 인구문제를 풀 진정성이 없다.

아직까지는 괜찮은 듯 보이는 통계도 이를 거든다. 한국은 엄연히 인구증가 사회다. 인구감소를 주장해본들 체감위기가 낮거나 우선순위가 밀릴 수밖에 없다. 문제는 곧 인구클라이맥스에 도달한다는 점이다. 그것도 예측보다 빨리. ‘당분간’이 아니라 ‘순식간’에 감소국면에 직면할 개연성이 높다. 인구추계를 초월하는 출산감소가 반복되는 한 인구구성의 변화양상은 가팔라질 수밖에 없다. 실제 추계대로라면 아직 여유는 있다. 물론 ‘예상’이다. 지금까지의 경험치를 복기해보면 예상은 대부분 현실 앞에 무릎을 꿇었다. 한국은 훨씬 빠른 속도와 규모로 인구구성이 변하는 대표국가다. 1가구 1자녀 정책을 폈고, 고도성장을 경험한 중국이 한국과 어깨를 견줄 뿐 그 어떤 선진국이 걸어왔던 경로보다 급속한 기울기로 인구그래프가 그려진다. 다음 인구추계 때는 더 당겨질 게 확실시된다. 나쁜 출산환경이 고착화돼서다. 미증유의 인구 오너스(Demographic onus)에 대한 경계가 필요한 이유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