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칼럼] 새정부에 바라는 임대주택 정책

노희순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입력일 2017-04-19 15:57 수정일 2017-04-19 16:00 발행일 2017-04-2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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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희순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
대선이 임박하면서 임대주택정책의 향방이 다시 저울질되고 있다.

이미 임대주택시장의 서민들은 전세 난민, 월세 전환 가속과 월주거비 부담 등의 피로에 지쳐 있다. 이에 대선주자들은 △공공임대주택 100만 가구 △청년희망 임대주택 공급 △전월세 상한제 △계약갱신 청구권 등 공공 주도의 임대주택시장 개선 공약을 앞다퉈 내세우고 있다.

적정한 수준의 공공임대주택을 지속적으로 충분히 공급하고 재고를 유지할 수 있다면 임차인의 주거안정과 주거비 경감에 효과적일 것이다.

하지만 미국·영국·일본·대만 등의 사례에서 보듯 재정 부담, 직주 불일치, 입주자에게 편입 집중, 사회적 분리 및 님비 시설로의 오명 등의 문제로 인해 ‘지속 가능할까?’라는 질문을 던져본다. 이에 대한 대답은 향후 더딘 경기 회복, 복지 소요, 주택 과잉 공급 등의 난제가 쌓여 있기 때문에 ‘원활한 공공임대주택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공공임대주택의 한계를 해소하고 자생적인 임대주택시장을 조성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가 행복주택과 뉴스테이였다. 제도의 성패를 떠나 저렴한 주택의 공급과 자생적 중산층용 임대주택을 공급하고 절약된 재정을 주거급여로 지원하고자 했던 취지는 장기적으로 시장에 긍정적이다.

또한 임대주택시장에서 지속적인 주택공급과 효율적 관리, 임대소득 과세 등을 위해서는 미등록 임대주택 중심에서 등록 임대주택 시장으로 전환되고 자생적 시장 유지를 위해 일정 규모 이상의 시장 형성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취지는 좋으나 실질적으로 공공임대주택 부문은 아직까지도 자생하지 못하고 있다.

공공임대주택은 1988년 노태우 정권 이후 30년간 공급되었지만 주택 재고의 6.4%에 불과하며 임대주택시장은 여전히 민간임대주택에 의존하고 있다.

민간임대주택도 91.4%가 미등록 개인 가계에 의해 공급되고 있으며 등록임대주택은 68만 가구에 불과한 상태이다. 또한 시세차익을 담보로 하는 개인투자 중심의 임대주택시장은 전월세 쏠림, 매매시장과 연동된 공급 및 가격 변동성, 임대료과세의 저항 등의 문제를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민간임대주택 정책이 완벽한 것은 아니다. 높은 임대료 수준과 분양 전환 문제, 임대주택 재고 확보 문제, 지원에 비해 낮은 입주 규제 등은 해결해야 할 과제다.

하지만 정책방향과 취지가 잘못된 것은 전혀 아니다. 따라서 기존 민간임대주택 정책을 방치하고 한계가 있는 공공주도의 임대주택공급으로 회귀하기보다는 민간임대주택을 갈고 닦아 민간임대주택 공급정책을 유지하는 접근이 요구된다.

예를 들어, 차상위 계층을 위한 민간임대주택 및 성실 임대사업자 지원 확대, 월세카드 및 세액공제 자동신청 시스템 도입, 저렴한 임대주택공급 및 장기 임대주택 기준의 세분화 및 지원 확대 등이 이뤄져야 한다.

이를 통해 민간임대주택공급을 확대하고 투기자가 아닌 건전한 민간임대주택 공급자를 양성함과 동시에 임대차 시스템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맹목적으로 새 술을 새 부대에 담는 우를 범하기보다는 임차시장의 체질을 개선하는 현명한 저울질을 새정부에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