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칼럼] 상어론: 국제사회에서의 처세술

조진래 기자
입력일 2017-04-14 09:14 수정일 2017-04-16 18:30 발행일 2017-04-11 99면
인쇄아이콘
현병경 성균관대 행정학과 교수
현병경 교수
현병경 교수

현대사에 접어든 이후 한국은 전쟁과 폐허를 겪으면서 힘겹게 살아야 했고, 유엔 회원국 중에 전 세계에서 인도 다음으로 가장 못사는 나라였다. 우리 스스로도 조선까지만 해도 세상에서 국력이나 문화수준으로나 10대 국가 안에 들었던 자존심조차 땅속에 파묻은 채 살고 있었다.

더 비참한 사실이지만, 세계인 중에 한국이란 나라 자체를 아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고 이웃 일본에서조차 전 국민의 70% 정도가 한국을 모르거나 자기 나라의 서쪽에 있는 가장 가까운 나라라는 사실 자체를 몰랐다.

1988년. 서울올림픽이 열린 이후 천지개벽이 일어났다. 전 세계인들이 문명국 한국을 알게 된 것이다. 독일이 이룩한 ‘라인강의 기적’에 이은 ‘한강의 기적’을 이루어내고, 세계 2위 강대국인 일본을 우습게(?) 여기면서 정면승부를 택해 맹렬하게 따라붙는 한국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이다.

1995년에 1인당 국민소득이 1만 달러를 넘어서고, 2006년에는 2만 달러를 넘어서며 선진국의 소득수준을 돌파했다. 2000년대를 지나면서 원화의 약세가 반영되지 않는 구매력평가기준(PPP) 국민소득은 3만 달러를 훨씬 넘어 일본과 거의 똑같아졌다. 대국의 기준인 인구 5000만 명 이상 중에서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 이상인 나라는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에 이어 한국 뿐이다.

앞으로 30년, 아니 50년이 지나도 이만한 규모국가는 등장하지 않을 것이다. 국제사회의 공인된 국력수준인 국내총생산(GDP)이 1조 달러를 넘어서면서 2016년 기준으로 세계 11위에 자리하고 있고, 캐나다와 이탈리아의 수준을 넘어선다면 선진국의 상징 회의체인 G7에 한국을 포함하거나 G10정도로 확대 개편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도 나이 50이 넘어선 필자가 살아오는 동안 우리 사회에서는 ‘단 하루도 위기라고 하지 않은 날’이 있었는지 생각이 들 정도로 우리 자신을 몰아쳐왔다. 캐나다와 멕시코의 주변국이면서 지구상에서 가장 거리가 멀어 낮과 밤이 반대인 미국을 두고 주변 4강 국의 하나라면서 고래 싸움에 끼인 새우라는 등 자학해왔다. 아시아 4위의 경제대국에 군사강국이면서도 중국과 일본 사이의 샌드위치라고 힘들어해 왔다.

한국에 주재하는 외교관이나 기자들은 이런 한국인의 의식과 행태를 두고 정말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말한다. 그렇다. 우리는 적어도 상어 정도는 되는 존재이고, 중국과 일본을 상대할 때는 물론이고 국제사회 전반에서 상어로 역할해야 맞는다. 이미 미국을 비롯한 어느 나라도 한국을 상대하면서 북한 및 한반도 문제로 국한하지 않는다.

최소한 동북아와 태평양에서의 전략적인 역할을 논의하려 들고, 우리가 원한다면 국제사회를 이끌어가는 주도국의 일원으로 여기게 되어 있다. 아니 국제사회가 가만히 있더라도 우리가 나서서 상어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상어론을 앞세워 중국과 일본을 압박해야 한다.

국제사회는 오직 힘만이 작용한다. 오로지 이익 만을 앞세운다. 이 판에서 겸손을 떨 이유가 없고 상대도 원치 않는다. 이젠 어느 나라든지 한국을 상어로 대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미국이나 중국이라도 쳐 받아야 한다.

적어도 어떤 상황에서든지 상어의 역할을 부여받아야 한다. 그래야 우리 국민이 제대로 된 대접을 받고 세계화 시대에 살기 편하고 좋다. 그 혜택은 바로 당신이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