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칼럼] 당신의 취미도 음주입니까

정인호
입력일 2017-04-09 14:53 수정일 2017-04-09 20:43 발행일 2017-04-1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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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호 GGL 리더십그룹 대표

한국 남성들의 대표적인 취미는 뭘까? 개별적 소소한 취미는 있겠지만 대한민국 남성들의 대표적인 취미는 술이다. 집단주의적 문화에 익숙한 대한민국 국민은 2명 이상 만나면 술자리에서 많은 시간을 소비한다. 혹자는 ‘철학은 술자리에서 통한다’는 말을 할 정도다. 그나마 있는 취미인 조기축구, 야구, 등산 등도 모두 술로 귀결된다.

조기축구를 예로 들어보자. 조기축구는 보통 아침 6시부터 오후 12시까지 운동을 한다. 아침에 몸을 풀고 상대팀과 전·후반 게임을 마친다. 시간은 오전 9시쯤 된다. 그 후 경기를 마친 사람들은 막걸리나 맥주를 마신다. 12시까지 돌아가면서 경기와 막걸리 마시기를 병행한다. 그리고 모든 경기가 끝나면 12시부터 짜장면과 탕수육을 운동장에 배달시키고 본격적으로 술을 마셔댄다. 집에 가면 오후 5시다. 과연 나는 운동을 한 것인가, 술을 마신 것인가.

이처럼 대한민국 남성은 술이 취미다. 전 세계에서 1인당 술을 가장 많이 마시는 나라는 러시아와 포르투갈 다음 우리나라다. 그래서일까.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술 1위는 한국의 진로 소주 ‘참이슬’이다. 1위와 2위의 차이는 2배가 난다. 더욱 놀라운 건 2위 인도 술에 이어 3위가 또 한국이다. 글로벌 제조회사 5위 중 한국의 제조사가 2개나 해당된다. 판매량을 합치면 무려 10억5500만 상자에 달한다. 술 마시는 것이 취미다 보니 술 제조 능력도 세계적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 즉 취미가 국가 경쟁력이 된다는 셈이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에서 발표한 2016년 국가경쟁력 평가를 보면 대한민국은 전년도 순위에서 4단계 추락한 29위다. 이 수치는 일본(26위), 중국(25위)보다 낮은 순위다. 더구나 기업 효율성 순위는 48위로 2012년 대비 23단계나 추락했다. 저성장과 4차 산업혁명의 기조는 앞으로 대한민국의 경쟁력을 더욱 암울하게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내가 좋아하고 행복할 수 있는 취미를 찾아야 한다. 27년간 월급생활자로 살다가 쉰다섯에 오랫동안 꿈꿔왔던 화가의 길로 들어선 직장인, 어느 날 갑자기 서울 생활이 재미없어서 현금 70만원을 들고 전기도 없는 강원도 산골로 들어간 목공예가, 공기업에 다니다가 도시에서 벌치는 도시양봉가로 변신한 사회적 기업가, 전통주와 사랑에 빠져 양조장을 차린 변호사 등이 경험한 터닝 포인트와 생생한 인생관이 펼쳐지게 된 배경에는 평소 취미를 직업으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과 사회적 기준에서 벗어나 진정 나다운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많아지게 되면 국가의 경쟁력도 높아지게 된다.

오늘날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의 기존 사회에서 탈산업사회로 이행하면서 비상업적이고 순수한 리얼함, 개개인의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다양성, 소비자에서 참여자로 변화하는 프로슈머적 요소의 결합이 ‘덕후의 시대’를 불러냈다. 전문가들은 덕후를 “미래 신산업 견인차 역할을 하는 중요 소비자이자 생산자”로 규정했다. 단순히 덕질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는 창조자의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미래의 직장과 국가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남들 못지않은 취미를 가지거나 덕후여야 한다는 것이다.

정인호 GGL 리더십그룹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