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전도가 험난한 브렉시트 협상

박종구 초당대 총장
입력일 2017-04-13 14:58 수정일 2017-04-13 15:00 발행일 2017-04-14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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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구 초당대 총장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지난달 28일 영국 초대 총리 로버트 월폴의 초상화가 걸린 집무실에서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공식 통보하는 문서에 서명했다. 도널드 투스크 유럽연합 상임의장이 문서 접수 사실을 트위터에 올림으로써 2년간의 험난한 브렉시트 협상이 시작됐다. 영국이 EU의 전신인 유럽경제공동체(EEC) 가입 후 44년만에 결별 수순에 들어간 것이다.

메이 총리는 의회 연설에서 “영국은 국민의 의사에 따라 유럽연합을 탈퇴한다”고 선언하고 “이는 되돌릴 수 없는 역사적 순간”이라고 강조했다. 전 영국 외상 윌리엄 헤이그는 브렉시트를 “역사상 가장 복잡한 이혼 절차”라고 규정했다. 영국 정부는 유럽연합의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이 제공하는 편익보다는 이민문제에 대한 주권을 우선시한다는 방침을 명확히 천명한 셈이다.

런던 킹스 칼리지의 아난드 메넌 교수는 탈퇴 협상이 원만히 타결되기를 희망하지만, 혼란스러운 탈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음을 강조한다. 국익에 배치되는 협상 결과를 수용하는 것보다 합의 실패를 비난하는 것이 정치적으로 더 유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브렉시트 협상의 핵심 의제는 영국의 탈퇴 보상금, 이민자 권리 문제, 통상 협정, 탈퇴 과도기간 설정 여부가 될 것이다. 가장 첨예한 이슈는 이혼 합의금 규모다. EU는 2014~2020년 영국이 내기로 약속한 분담금 등을 포함해 약 600억 유로(약 72조원)를 요구 중이다. 영국은 셈법이 다르다. 협상 결렬시 한푼도 줄 필요가 없다는 영국의 벼랑 끝 전술이 얼마나 먹혀들지가 관건이다.

브렉시트에 따른 영국 경제의 침체 가능성도 초미의 관심사다. 재무성은 2017~18년 연 6%씩 성장이 둔화될 것으로 전망했는데 작년에 1.8% 성장했다. 지난달 도요타 자동차는 3억 달러 규모의 공장 증설을 발표했고 최근 기업공개를 성공적으로 마친 소셜미디어 기업 스냅은 글로벌 본사를 런던에 두기로 결정했다. 영국 파운드화는 작년 국민투표 실시 이후 달러 대비 17% 떨어져 수입물가가 오르고 있다. 대부분의 식료품과 농수산물을 수입하고 있어 향후 소비자물가 상승이 우려되고 있다.

각종 규정 개정과 관련한 샅바 싸움도 심할 것이다. EU 협상대표는 영국이 자신의 입맛에 맞는 규정 개정만을 고집할 수는 없다고 경고하고 있다. 특히 이민자 권리 문제를 두고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한다. 영국에 거주하는 300만 명의 유럽시민, EU내 100만 명의 영국인 권리를 둘러싸고 입장 차이가 크다. 이민을 제한하려는 영국의 의지가 강해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지 걱정된다. 그러나 잔류 회원국보다 떠나는 국가에게 혜택을 더 줄 수 없다는 브뤼셀의 입장도 완강하다.

통상 협상도 전도가 밝지 않다. 협상팀이 합의조건을 도출해도 회원국 중 하나라도 반대하면 협상이 원점으로 되돌아 갈 수 있다. 작년 유럽연합과 캐나다와의 통상 협상이 벨기에의 낙농가 문제로 거의 결렬될 뻔했다. 메이 총리는 “나쁜 협상보다 협상 결렬이 낫다”고 주장하지만 양측 감정의 골이 깊어진 상태에서 상호 윈윈하는 결과 도출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분명한 사실은 영국이 세계 최대의 소비시장을 탈퇴한다는 점이다. 영국와 유럽연합이 명예롭게 합의 이혼할 수 있을지 지구촌의 관심이 뜨겁다.

박종구 초당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