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밀집사육' 돼지가 더 취약…'2010년 대란' 재연 우려

하종민 기자
입력일 2017-02-09 10:10 수정일 2017-02-09 10:52 발행일 2017-02-09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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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
올해 발생한 구제역이 돼지 농가에 까지 퍼질까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과거 사례만 봐도 구제역 피해는 소 농가보다 돼지 농가가 더 컸다.(연합)

소 농가에서 발생한 구제역 바이러스가 돼지 농가로까지 번질지도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돼지는 소와 달리 구제역 항체 형성률이 낮을 뿐만아니라 밀집사육 때문에 순식간에 퍼질수 있다는 것이다. 2010~11년 대한민국에 몰아쳤던 ‘구제역 대란’이 재연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당국이 밝힌 전국 돼지 농가의 항체 형성률은 75.7%로, 소 농가의 97.5%보다 한참 뒤쳐진다. 명확한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10마리의 돼지에 백신을 접종해도 2~3마리에서는 구제역을 견딜 만한 수준의 항체가 형성되지 않는다.

과거 구제역 감염 사례만 봐도 피해는 대부분 돼지에 집중됐다. 2014년 12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소 5개 농장, 돼지 180개 농장에서 구제역이 발생했다. 작년 1∼3월에는 양돈농장 21곳에서만 구제역이 터졌다.

또, 돼지의 경우 소보다 훨씬 좁은 공간에 여러 마리를 빽빽하게 가둬 키우는 ‘밀식 사육’을 하기 때문에 한 마리가 걸리면 농장 내 모든 돼지들에게 순식간에 번지는 경우가 많다.

일단 한번 퍼지고 나면 겉잡을 수 없다는 것을 방역 당국도 알기 때문에 구제역 확산 방지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다. 최악의 경우라도 2010년 ‘구제역 대란’만은 막겠다는 것이다.

2010~11년 구제역 사태 때는 구제역 바이러스가 충남·북과 경남·북, 경기, 강원 등지의 6241개 농가를 휩쓸며 소·돼지 348만 마리가 살처분되고 매몰지에서 침출수가 유출돼 인근 토양과 지하수까지 오염되는 재앙이 빚어졌다.

한편, 경기 연천의 젖소농가에서 발생한 구제역의 경우 앞서 충북 보은과 전북 정읍에서 검출된 구제역 바이러스(O형)와 다른 A형 유형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시기 서로 다른 유형의 구제역이 동시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방역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하종민 기자 aidenha@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