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칼럼] 습관은 습관에 의해 정복된다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
입력일 2016-12-14 15:26 수정일 2016-12-14 15:27 발행일 2016-12-15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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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

“건강을 위해 운동해야지.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서 1시간 정도 운동하면 되겠다.” “올해는 꼭 담배 끊겠어. 당장 시작이다!”

망설임은 없다. 다가오는 새해 결심으로 빠질 수 없는 금연과 다이어트, 자기계발은 언제나 개개인의 다이어리 맨 앞에 자리한다. 다이어리를 펼 때마다 초심을 되새겨 마음을 다잡는다는 의미에서 행해지는 일종의 경건한 의식과도 같지만 사실 이 같은 마음가짐은 오래 가지 않는다.

이러한 현상을 ‘맥도날드 효과’라고 한다. 사람들이 새로운 변화를 두려워하고 자신에게 익숙한 것을 다시 찾는 성향을 말한다. 이 용어는 미국의 대표적인 패스트푸드 회사인 맥도날드에서 유래한 것으로 맥도날드에서는 어떤 음식을 주문할 수 있는지를 이미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미국 사람들이 외국에 나가서도 맥도날드 매장에 가면 마음이 편해지는 것을 일컫는다.

맥도날드 효과처럼 사람의 인체는 항상성을 유지하는 데 탁월한 메커니즘으로 구성돼 있다. 때문에 우리의 뇌는 변화보다는 일정하고 반복적인 것을 좋아하는 특성이 있다. 즉 항상성은 새롭게 무언가를 시도하려는 결심이 새로운 습관으로 변화하려는 것을 방해하고 오히려 이전의 습관으로 회귀하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기업들은 사람들의 습관을 역이용한다. 우리가 전혀 의식하지 못하도록 하면서 습관을 활용해 우리 지갑에서 돈을 빼가고 있다. 모든 치약에서는 화한 맛이 난다. 치약회사들이 치약을 만들 땐 아이스크림맛이 나게 할 수도 있고 초콜릿맛이 나게 할 수도 있다. 그런데도 굳이 화한 맛을 치약에 넣는 것은 소비자들의 오랜 습관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이를 닦을 때의 거품과 알싸한 느낌에 익숙해졌다. 치약의 거품은 사실 세정력과 상관이 없다. 알싸한 느낌이 치약의 효능을 더 좋게 해주는 것도 아니다. 다만 그런 느낌을 받아야 입이 깨끗해졌다는 생각이 들도록 우리를 길들이는 목적으로 쓰일 뿐이다.

최근 소셜 미디어 인스타그램엔 ‘바나나 우유’와 관련된 댓글이 2만5000건 이상 올라왔다. 그런데 마시는 ‘바나나 우유’가 아니라 몸에 바르는 ‘바나나 우유 바디로션’이다. 빙그레와 라운드어라운드가 손잡고 출시한 제품으로 육각형 바나나 우유 디자인을 그대로 본뜬 용기에 우유 대신 로션을 담은 제품이다. “먹고 싶어서 혼났다”는 소비자의 댓글과 함께 열흘 만에 2만개가 팔렸다.

애플이 삼성을 상대로 스마트폰 특허 소송을 낸 배경에도 소비자 습관을 배타적으로 소유하기 위한 전략이 깔려 있었다. 손가락으로 화면을 밀어 잠금을 해제하거나 두 손가락으로 화면을 크게 만드는 기능처럼 많은 사람이 익숙해져 있는 습관을 독차기하기 위함이었다.

소비자를 내 제품·서비스에 길들이기 위한 기업들 간의 경쟁이 앞으로 더 치열해질 것이다. 1등 기업은 현재 습관에 젖어 계속 구매토록 하려는 전략을 쓸 것이고, 후발 기업들은 그 습관을 깨트리고 새 습관을 만들어 소비자들의 다른 선택을 유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시장에 변화를 주고 싶은 기업이라면 ‘습관은 습관에 의해 정복된다’는 말을 곱씹어 보아야 할 것이다.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