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칼럼] 코딩 교육, 이대로 가는 것이 옳은가

문송천 카이스트 및 아일랜드국립대 경영대학원 교수
입력일 2016-12-11 09:51 수정일 2016-12-11 10:03 발행일 2016-12-12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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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송천 카이스트 및 아일랜드국립대 경영대학원 교수

소프트웨어적 사고가 중요한 시대에 살고 있으나, 코딩과 창의성을 바로 연결시키는 일은 주의해야 한다. 둘은 원래 태생적으로 다른 것이다. 그렇다면 왜 코딩과 창의성 계발을 연계시키는 발상이 존재할까. 그것은 보통 잘못된 선입관에 기인한다. 코딩이란 컴퓨터 명령어를 하나씩 구사해 소기의 문제를 푸는 명령어 집단인 ‘컴퓨터 프로그램’을 제작해내는 작업을 칭한다. 이러한 제작 과정의 특성은 기본적으로 논리적 정교함을 필요로 한다. 이런 면에서 논리력 증진에 코딩이 기여하는 몫이 있다는 점은 수긍이 간다. 그러나 논리력과 창의력이 동일시될 수는 없다.

코딩이 창의성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제는 몇 가지로 해석해 볼 수 있다. 첫째,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가 창의적 인물이며 소프트웨어(SW) 분야에 종사하는 이들이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들은 특정 인물들이었기에 연결고리를 갖는 것이지, 그런 논리를 불특정 다수에게 적용할 수는 없다. 그들이 창의적이었다고 평가 받는 이유는 남들이 SW 분야의 전망을 간과하고 관심을 별로 갖지 않을 때 SW에 뛰어든 ‘독창적’ 행위에 기인한다.

둘째, 인간이 종전에 단순 수작업으로 처리할 수밖에 없던 일을 포함해 그것보다 세련된 일들까지도 SW가 소화해내자 사람들은 SW에 대해 일종의 환상을 갖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런 작품을 만들어내는 일은 따지고 보면 웬만한 사람이면 해 낼 수 있으며, 창의적이라는 생각은 착각에 불과하다. 코딩과 창의성을 무리하게 연결시키려다 보니 별별 해석이 다 나오는 것이다.

정부 정책에 의하면 코딩 교육이 초중고생을 대상으로 도입된 날이 멀지 않았다고 한다. 코딩 교육 원류는 미국에서부터 비롯된 것인 바, 그 배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실리콘 밸리는 미국인은 극소수고 중국인 혹은 인도인이 점령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이 본국으로 돌아가는 순간 최악의 경우 SW 강국이었던 미국은 한 순간에 추락할 가능성이 있다. 이를 의식한 미국 정부는 각계 각층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중고교생을 대상으로 한 코딩교육 점화에 들어가게 됐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과정과 절차 면에서 무리수를 두고 있다. 코딩 교육 도입의 본래 취지와 배경을 살펴보지도 않은 채, 창의성 계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 하나로 코딩 교육을 논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우는 우를 범하는 것이다. 학습 동기를 부여 받지 못한 학생은 물론 교사와 학부모까지도 희생양이 될 것이다.

코딩 교육이 실시된다고 할 때 유일한 긍정적인 기대 효과는 컴퓨터 프로그래머라는 기능인을 조기 양성해낸다는 점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이런 긍정적 효과를 찾기 힘들다. 프로그래머가 구조적으로 양산돼 남아도는 국내 현실 때문이다. 따라서 “창의력 및 논리력 조기 교육에 좋으니 어차피 할거라면 미리 하자”는 단순사고는 교정해야 할 것이며, 코딩 교육에 앞서 과연 무엇이 필요한지 살펴보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필요하다. SW적 사고의 중요성과 코딩 교육의 인과관계는 원점으로 돌아가 잘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코딩에 앞서 SW적 사고를 함양시키는 방법이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문송천 카이스트 및 아일랜드국립대 경영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