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가계부채의 진정한 문제… 경제 이론서에서 찾지마라

전용덕 대구대학교 교수
입력일 2016-12-08 15:52 수정일 2016-12-08 15:53 발행일 2016-12-09 23면
인쇄아이콘
전용덕 대구대학교 교수
전용덕 대구대학교 교수

가계부채의 규모는 지난 2000년대 초반 이후로 크게 증가해왔다. 2002년 말 465조원이던 가계신용은 2016년 6월 말 현재 1257조원까지 늘었다. 그 결과 GDP(국내총생산) 대비 가계 신용 비율은 2002년 말 61%에서 2015년 말에는 77%로 높아졌다. 그 규모만 보면 오래 전에 위험 수위를 넘은 것 같다. 

그러나 많은 우려처럼 가계부채가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을 해치지는 않는다. 가계부채와 금융 시스템 간의 관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민간은행의 신용수단 증가가 초래할 결과를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민간은행이 창출한 신용수단은 기업과 소비자에게 배분된다. 신용수단의 증가가 기업에 가는 경우에는 경기변동을 유발한다. 경기변동은 기업가의 과오투자와 소비자의 과소비로 초래된 경기의 변동으로 호황, 위기, 침체의 국면으로 이뤄진 경제현상을 말한다.

경기변동은 필연적으로 금융시스템의 안정을 해친다. 경기변동은 모든 경제주체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미국 대공황 때 무수하게 많은 은행이 파산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은행의 신용수단 증가가 소비자에게 가는 경우에는 물가상승만 초래할 뿐 경기변동을 유발하지는 않는다. 소비자에게 대출된 신용은 그 신용으로 지출되는 재화의 가격을 상승하게 만든다.

지난 1997년 경제위기 이후로 기업들은 많은 현금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기업 신용은 거의 필요하지 않았던 반면, 소비자 신용은 금리를 낮추면서 폭발적인 증가를 해왔다. 그 동안 기업 신용으로 인한 경기변동도 있었지만 더 두드러진 것은 가계부채의 폭발적인 증가로 인한 부동산 가격의 상승이다.

가계부채는 부동산 가격을 지속적으로 상승하게 한다. 물론 가계부채를 규제하면 부동산 가격이 일시적으로 하락 할 수 있지만 지난 수 십 년간 보면 부동산 가격의 고점은 계속 높아져왔다.

가계부채 증대는 또 저축의 감소로 이어져 그 동안 축적한 자본을 까먹는 것이다. 저축을 통한 자본의 축적만이 경제성장을 초래하기 때문에 자본을 까먹는 행위는 미래의 경제성장을 초래할 수단을 없애버리는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부동산 가격의 상승에 의해 유발 또는 파생된 것이다. 부동산 가격 상승은 결혼의 연기 또는 포기, 출산율 저하, 지역간 이동의 어려움, 하우스 푸어와 삶의 질 저하, 빈부 간 격차 확대와 갈등의 증폭 등과 같은 사회·경제적 폐해를 구조화시키고 있다. 물론 이같은 폐해가 부동산 가격 상승 때문만은 아니지만 중요한 원인 중의 하나이다.

통화공급의 증가에 의한 신용수단의 증대, 즉 가계부채의 증대는 단기적으로는 경제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신용수단의 증대는 장기적으로는 여러 가지 폐해를 초래하고 그 폐해는 계량화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그 폐해는 긍정적인 효과보다 비할 수없이 크다. 가계부채 증대의 원인으로는 중앙은행의 통화공급 증가, 이자율의 정부 통제, 부분지급준비제도 등이 꼽힌다.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증대가 금융 시스템의 안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존재하지 않는 문제와 씨름하고 있다. 반대로 금융당국은 가계부채의 증대로 인해 발생하고 있는 ‘진정한’ 문제들은 전혀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들의 경제이론서에는 그런 문제들에 대한 언급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전용덕 대구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