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칼럼] 노동개혁이 절박한 현실

박종구 초당대 총장
입력일 2016-12-12 16:17 수정일 2016-12-12 16:17 발행일 2016-12-13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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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구 초당대 총장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 경제의 5대 당면 문제로 가계부채 과다, 구조조정 미흡, 노동생산성 저하, 여성·청년 고용 부진과 저출산·고령화를 들었다. 정치적 불확실성 속에서 자칫 수십년간 쌓아온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이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특히 경기침체에 따른 일자리 창출과 노동시장 합리화가 절박하다.

첫째, 노동개혁이 시급하다. 정부가 3년 이상 공들인 노동개혁 4법의 처리가 물거품이 되었다. 근로기준법, 고용보험법, 산재보상법, 파견법의 개정작업이 내년으로 넘어갔다. 2017년은 생산가능인구가 사상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선다. 25~49세 핵심생산인구는 수년전부터 떨어져 2040년에는 26.9%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에는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실업대란이 몰려올 것으로 보인다.

한국노동연구원은 내년 실업률이 3.9%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지 않으면 일자리 창출이나 성장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프랑스, 인도, 이탈리아 등은 해고 절차 간소화, 노동시간 연장 등의 노동개혁을 통해 경기 회복을 도모하고 있다. 노동개혁이 글로벌 대세가 되고 있는 것이다. 고(故) 게리 베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말처럼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가 이뤄져야 청년실업률 감소와 비정규직 비율 하락이 가능해진다. 노동개혁에 관한 범국민적 컨센서스가 필요하다.

둘째,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하다. 올해도 거의 매월 월별 실업률 최고 수치 기록을 갈아치웠다. ‘청년 백수’ 100만 명 시대가 고착화되고 있다. 청년실업 악화의 주범은 경기 부진과 잡 미스매치다. 기업이 일자리를 늘리려면 투자의욕이 되살아나야 한다. 법인세율 인상과 같은 움직임이야말로 기업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주범이다. 가파르게 오른 실질임금을 안정시키고 생산성에 맞춘 합리적 인금인상이 이루어져야 한다.

아직도 제조업 생산성은 선진국의 70%선에 불과하다. 일자리 미스매치를 완화하려면 체계적인 직업교육 기회 제공과 대학의 맞춤형 교육이 강화되어야 한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조사에 따르면 대학생들의 대학교육 만족도가 상당히 낮다. 열악한 비정규직 처우 개선을 위해선 정규직에 대한 과도한 보호가 줄어들어야 한다는 랜든 존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한국담당관의 경고를 유념할 필요가 있다.

셋째, 여성 고용 활성화에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생산가능인구 하락, 잠재성장률 감소에 대응하려면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높아져야 한다. 일본이 ‘우머노믹스’를 ‘아베노믹스’의 핵심 과제로 설정한 것도 이런 이유다. 210만 명에 달하는 경력단절 여성의 재교육을 통해 노동참여 기회를 높여야 한다. 1.4%만이 체계적인 재교육의 혜택을 받고 있다고 한다. 한국의 여성고용률은 2013년 기준 53.9%로 OECD 평균 57.4%보다 많이 떨어진다.

일과 가정을 양립할 가정친화적 정책이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등 북유럽 국가의 고용률을 70%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경력단절 여성의 직장 복귀율이 60~70%에 달하는 것도 가정친화적 정책의 산물이다. 독일이 올해에만 70만명의 인력부족으로 ‘구인난’을 겪은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구조개혁의 성패는 노동개혁에 달렸다.

박종구 초당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