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투자환경 변화의 시대가 온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입력일 2016-12-04 15:54 수정일 2016-12-04 15:58 발행일 2016-12-05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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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하락은 끝…앞으로 금리가 장기 지지선 밑돌기 어려워
이머징 마켓 둘러싼 자금 흐름은 조만간 바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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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뒤 금리가 요동을 쳤다. 7월에 1.35%였던 미국의 10년만기 국채 수익률이 2.3%까지 올라 4개월만에 바닥 대비 75% 상승했다.

이제 두 가지가 분명해졌다.

하나는 금리 하락이 끝났다는 사실이다. 앞으로 금리는 일정 기간 급등락을 거쳐 박스권내로 들어올 가능성이 높다. 저점이 더 낮아지는 일은 없다는 의미가 된다. 미국 금리는 2012년에 한번 바닥을 찍었고, 이번에 비슷한 지점까지 다시 내려왔다. 두 번의 저점과 강한 반등을 통해 장기 지지선이 확보됐다.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앞으로 금리가 이 선을 밑도는 일은 없을 것이다.

국내 금리도 마찬가지다. 지난 10년간 국내 금리 흐름을 보면 추세 하락 와중에도 한번 반등이 시작되면 최소 6개월간 상승과 횡보 조정을 이어가는 형태였다. 내년 상반기까지 금리 상승 추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데, 주식시장과 실물 부분에 악영향이 예상된다.

두 번째는 정책 변경이 불가피해졌다는 점이다. 이제 더 이상 금리를 낮추고 돈을 푸는 정책을 쓰기 힘들어졌다. 이는 금융위기 이후 8년간 계속해 온 정책이 변경될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오랜 시간 선진국 정부가 금융완화 정책을 밀어붙인 건 성장률을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돌려놓기 위해서다.

목표를 달성하기 힘들어진 이상, 무리한 정책보다 정상적인 수준으로 정책 강도를 낮추는 게 바람직하다는 판단을 할 수밖에 없다. 미국의 두 번째 금리 인상과 유럽의 양적 완화 종료는 정책을 제자리로 돌리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미국의 금리 변동은 이머징 마켓으로 자금 유입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올 2월부터 10개월 가까이 이머징 마켓 통화와 자산가격이 상승한 건 2014년부터 올 초까지 신흥국의 자산 가격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더 이상 이런 상황이 이어지기 힘들어졌다. 2014년 이후 브라질과 멕시코의 통화 움직임을 비교해 보면 지난해 9월 40%까지 벌어졌던 두 나라의 통화 절하율이 이제 역전이 됐다. 브라질 경제 상황은 멕시코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하다.

멕시코는 미국 경제의 영향을 받아 높은 성장을 유지하고 있는 반면 브라질은 2년 연속 -3%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둘의 절하율이 역전됐다는 건 지난 몇 달간 저가 메리트를 매개로 한 이머징 마켓 투자가 성행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미국 금리 상승과 함께 이머징 마켓의 저가 메리트가 약해졌다. 선진국과 금리차가 줄어든데다 몇 개월간 가격 상승으로 투자 매력 역시 낮아졌다. 금리 변동에 따라 얼마든지 자금이 이동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 진 것이다.

이머징 마켓을 둘러싼 자금 흐름은 조만간 바뀔 가능성이 높다. 형태는 두 가지인데 신흥국으로 자금 유입 자체가 줄거나 현재 있는 자금이 선진국이나 브라질이나 러시아가 아닌 다른 이머징 마켓으로 바뀌는 형태가 될 것이다. 어떤 형태가 되든 우리 주식시장에 유리할 건 없다. 자금 이동이 외국인의 매도를 촉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