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증세 논의를 시작하자

박봉규 건국대 석좌교수
입력일 2016-12-01 16:38 수정일 2016-12-01 16:38 발행일 2016-12-02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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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봉규 석좌교수
박봉규 건국대 석좌교수

시간이 흐를수록 사회경제적 양극화가 완화되기는 커녕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소득 양극화는 내수소비 위축을 가져와 중장기적으로 우리 경제를 축소지향적인 방향으로 몰고간다. 양극화에 동반되는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는데 비용이 드는 것은 물론이요, 사회전반의 생산성 향상에도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양극화가 확대되고 빈곤과 부의 대물림이 고착화됨에 따라,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오늘 삶이 팍팍하고 내일 계층상승이 불가능하다면 사람들은 좌절하고 저항하기 마련이다. 최근 최순실 게이트로 촉발된 사회경제적 불공정에 대한 분노까지 더해진다면 우리 사회의 장기적 안정성을 담보하기도 어렵다.

양극화 해소의 근본적인 처방은 당연히 질 좋은 일자리가 늘어 국민들이 일을 통해 필요한 소득을 늘려 나가는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저성장기조는 고착화되고 잠재성장률도 떨어지고 있다. 성장이 고용창출에 미치는 효과도 줄어 경제성장과 일자리 제공을 통한 양극화 해소가 어려워 보인다. 결국 복지확대가 해법이다.

소외계층에 대한 직접적 지원과 함께 사회안전망을 확충해 이전적 복지소득이 부족한 일자리소득을 보전하여 내수 활성화의 밑거름이 되게 해야 한다. 복지확대가 성장의 발목을 잡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성장을 촉진할 수 있도록 경제운용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한다.

증가하는 재정수요에 대응할 방법은 세 가지이다. 기존 예산 중 불요불급분을 절약하고 재정지출 구조를 합리화해 예산 효율성을 높이는 일이 첫째다. 예산이란 것이 본래 대단히 경직적인 것임을 감안하면 그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세금을 더 걷는 대신 빚을 내는 것도 한 방편이지만 이는 비겁한 방법이다. 현재 세대가 이익을 누리려 그 비용을 미래세대에 떠넘기는 일이다. 국가부채가 늘어나는 것 자체가 여러 경로로 경제운용 폭을 제한하게 된다.

정공법은 역시 현재 세대가 세금을 더 부담하는 것이다. 제아무리 필요성이 인정되고 더 거두어진 돈이 나를 위해 사용된다고 해도 당장 내 주머니에서 돈이 나가는 것을 달가워할 사람은 없다. 역사를 보더라도 잘못된 증세정책은 정권교체를 가져오거나 나아가 나라의 패망으로까지 연결된 사례가 허다하다.

그래도 꼭 해야 할 일이라면 정치권이 함께 나서야 한다. 정권 중립적인 접근을 통해 여야 한쪽 부담으로 귀결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담뱃값 인상처럼 국민건강을 핑계로 서민 주머니를 터는 꼼수는 곤란하다. 세율이나 세목의 조정을 단기적 시각에서 특정예산과 연계해 정치적 흥정 대상으로 삼아서도 안된다.

단계적 증세 원칙에 합의하자. 1차적으로 세목이나 세율은 그대로 두고, 각종 특례 폐지 등을 통해 실효세율을 높이고 2단계에서는 금융소득이나 자산소득 종합과세와 같이 부유층을 대상으로 한 추가세원을 발굴하자. 불로소득 발생이나 자산의 부당한 대물림을 차단해 모두에게 기회균등이 보장될 장치를 강화하기 위해 필요한 정책이다. 그러나 이런 조치로도 재정수요가 부족하다면 부가세 인상과 같은 보편적 증세를 추진하는 것이다. 국민의 ‘권리’를 주장하려면 적은 금액이라도 모두가 납세 대열에 동참해야 한다고 여야가 한 목소리로 국민들을 설득해야 한다.

박봉규 건국대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