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창조적 파괴'가 필요하다

한승범 맥신코리아 대표
입력일 2016-11-27 16:39 수정일 2016-11-27 16:40 발행일 2016-11-28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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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범 맥신코리아 대표

파괴는 땅을 황무지로 만든다. 하지만 또 다른 창조를 만든다. 경제학자 조셉 슘페터(Joseph Schumpeter)는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라는 용어를 만들었다. 창조적 파괴란 기술혁신으로 낡은 것은 파괴하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변혁을 일으키는 과정을 말한다.

서울시는 ‘잠실운동장 일대 마스터플랜과 각 시설별 가이드라인’을 토대로 잠실운동장 일대를 2025년까지 글로벌 MICE 거점으로 조성한다는 구상을 4월 발표했다. 9월에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동남권 국제교류복합지구(코엑스~잠실운동장) 지구단위계획을 고시했다. 서울시의 마스터플랜을 바탕으로 GS건설, 대림산업, KDB 등 17개사가 참여하는 한국무역협회 컨소시엄은 잠실운동장 33만4605㎡ 크기 부지에 총 사업비 2조4000억원을 투자하는 계획을 내놨다.

한국무역협회 컨소시엄은 제안서에서 △전시·컨벤션 △야구장 △스포츠컴플렉스 △마리나·수영장 △업무시설 △숙박시설 △문화·상업시설을 포함한 시설 건립 계획을 담았다.

얼핏 듣기엔 잠실운동장 일대 개발이 MICE 산업에 획기적인 발전이 있을 것만 같지만 서울시의 마스터플랜에는 문제가 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국에서 놀라고 감동할 만한 혁신적이고 창조적인 ‘랜드마크’가 없기 때문이다. 사막으로 뒤덮인 두바이에 있는 스키장과 ‘몰 오브 에미리트(Mall of the Emirates)’ 쇼핑몰 안에 있는 실내스키장처럼 수많은 관광객의 시선을 사로잡는 것들 말이다.

한국은행 및 관련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외래 관광객 1400만명으로 인해 전 산업에 걸쳐 총 31조원의 생산유발효과가 발생하며 취업유발 인원은 54만50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취업유발효과로는 동일 금액 휴대폰 수출(12만1000명)의 4.5배, 자동차 수출(16만7000명)의 3.3배에 해당될 만큼 관광산업의 일자리 효과가 월등하다. 41만4205㎡ 규모의 잠실 종합운동장 일대는 기존 코엑스 일대 총면적(19만386㎡)의 두 배가 넘는다. 현대자동차 그룹이 10조5500억원을 써내 낙찰 받았던 한전 본사 부지(7만9342㎡)의 5배 규모다. 또한 잠실운동장 옆에 위치한 탄천의 크기도 30만㎡가 넘는다. 잠실운동장 일대와 탄천을 합하면 총면적이 71만㎡에 달한다. 이같이 큰 면적에서 나오는 효과는 어마어마할 것이다.

플랜의 또 다른 문제는 국제회의 개최가 가능한 컨벤션센터의 비중을 낮췄다는 것이다. 한국경제연구원 자료에 의하면 현재 국제회의가 가능한 서울시의 컨벤션센터의 총면적은 7만1964㎡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개발 계획에서 컨벤션센터가 차지하는 비중은 겨우 연면적 12만㎡의 작은 규모다. 독일 하노버 메세 컨벤션센터의 면적은 40만㎡가 넘으며 가까운 중국만 해도 광저우(34만㎡), 충칭(20만4000㎡) 상하이(20만㎡) 등에 초대형 컨벤션센터를 개장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터무니 없이 작은 것이다.

‘창조적 파괴’가 안된다면 관광산업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올 때까지 ‘젖과 꿀이 흐르는’ 잠실운동장 일대를 건드리지 말기를 간곡히 바란다. 때로는 아무것도 안하는 것이 최선일 때도 있다.

한승범 맥신코리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