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피의자 대통령'의 항변

이해익 경영컨설턴트
입력일 2016-11-24 10:40 수정일 2016-11-24 17:32 발행일 2016-11-25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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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익 경영컨설턴트

세상만사 끝내기가 중요하다. 리더십의 끝내기도 마찬가지다.

“행백리자반구십(行百里者半九十).” 백리길의 처음 구십리와 나머지 십리가 서로 맞먹는다는 뜻이다. 즉 끝마무리가 어렵다는 말이다.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나 ‘시작이 반이다’라는 속담과 짝이 맞는 말이다.

요즘은 신문보기가 끔찍하다. ‘최순실’과 일당들의 범죄가 신문을 도배하고 매일 어처구니없는 사건들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검찰 발표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은 ‘피의자’가 됐다.

이에 즉각적으로 대통령 개인의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는 항변하고 나섰다. 그런데 이 항변이 또 논란이 되고 있다. 역사적 사례를 왜곡했기 때문이다. 유변호사는 “역대 정부에서도 기업들의 참여와 출연으로 국민들에게 혜택을 준 공익사업이 있었는데 지금처럼 문제가 제기된 적이 없었다”고 반박자료를 통해 주장했다. 그러면서 역대정부의 사례를 열거했다. 그런데 언론이 가만히 있을 리 없다. 팩트를 체크한 기사가 쏟아졌다.

이명박정부의 미소금융과 유사한가? 기업 76곳, 은행 53곳으로부터 약3300억원의 출연금을 모았다. 이 때문에 미르·K스포츠재단의 모금과 닮았다는 게 유변호사의 주장이다. 이에 김승유 전 저 미소금융중앙재단 이사장은 “이런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개별기업들이 재단을 만들어 운영했다”고 반박했다. 유사한가? 운영방식에 큰 차이가 있다. 답은 ‘아니다’이다.

노무현 정부도 출연금을 걷었나? 2006년 1월 경제단체장 신년인사회에서 기업이 양극화 해소에 참여해 줄 것을 요청했고 이후 삼성 8000억과 그리고 현대차가 1조원등의 출연계획이 발표됐다고 유변호사는 주장했다. 그러나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은 “재단 설립 등은 에버렌드 전환사채(CB)사건 등이 일어나자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는 대국민 사과 발표이후 ‘자체적으로’ 추진한 것” 이라고 반박했다.

삼성꿈장학재단·정몽구재단 등은 설립 후 기업이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걷은 게 아니다. 답은 ‘아니다’이다.

김대중정부의 대북비료 보내기 때 전경련 돈 받았나? 답은 ‘받은 주체가 다르다’이다. 대한적십자(사단법인)의 주도로 이뤄졌다. 전경련이 80억, 대한상의가 10억, 무협이 10억 등을 적십자에 지원했다. 전성인 홍익대경제학부 교수는 “군사작전 하듯이 전경련 돈을 끌어 모으기 위해 설립한 미르를 과거 사례와 맞물리려는 시도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5공 시절 일해재단과 유사한가? ‘5공 비리’ 청문회에 나온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는 “편하게 살려고 냈다”는 말을 남겼다. 답은 ‘유사하다’이다.

2012년 대선 결과를 보고 상당 기간 가슴이 답답했다. 박근혜 후보가 당선됐다.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문제를 천착해온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의 표현대로 그녀는 ‘박정희 패러다임’을 극복하기는커녕 박정희 패러다임 즉 국가·재벌동맹에 제대로 빠질 거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러다가 박근혜 대통령의 등장은 ‘박정희 시대’를 끝내기 위한 역사적 필연이라는 깨달음으로 마음을 정리했다. 사실 박근혜 대통령은 스스로 혼자일수 없다. 출발은 명백히 박정희 대통령이 아닌가. 그리고 박정희 장군의 출발은 쿠데타였던 것이다. 그러니 끝도 비극이 낯설지 않으리라.

이해익 경영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