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갤노트7과 '20마일 법칙'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
입력일 2016-11-16 15:20 수정일 2016-11-16 15:21 발행일 2016-11-17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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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이 출시 54일 만에 추락했다. 이번 갤럭시노트7 단종사태로 입은 삼성전자의 손실은 3조6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3분기 매출은 지난해보다 7.5% 줄어든 47조8200억원, 영업이익은 30% 급감한 5조2000억원에 그쳤다. 스마트폰 사업을 시작한 이후 사상 최저 수준이다.

그렇다면 갤럭시노트7 사태는 무엇이 문제였을까? 미국 뉴욕타임스는 ‘혁신 조급증’이 이번 사태를 불러왔다고 비판했다. 스피드를 중요하게 여기는 삼성이 애플 아이폰보다 먼저 신제품을 내놓아야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갤럭시노트7의 실패를 삼성전자처럼 반도체를 제조하는 인텔의 사례에서 배워보자. 1985년 이후 반도체 산업은 커다란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인텔, 텍사스인스트루먼츠, AMD 등 모든 반도체 회사들이 어려움을 겪었지만 AMD가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1년 새 매출이 11억 달러에서 7억9500만 달러로 떨어졌다. AMD가 어려움을 헤치고 나왔을 무렵, 인텔은 완전히 앞서 있었다. 1987~994년까지 인텔의 주식수익은 AMD를 5배 이상 앞질렀고, 그런 상황은 계속 유지돼 2002년에는 30배 이상 앞질렀다. 사실 AMD는 1981~1984년 동안 인텔보다 2배 빠른 속도록 성장한 회사였다.

아직도 승승장구하는 인텔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당시 대부분의 경쟁사들은 세계 최고의 반도체 회사를 꿈꾸며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특히 AMD는 삼성전자가 그랬던 것처럼 경제 상황이 좋으면 모든 자원을 동원해서 최고의 실적을 올려 경쟁사와 격차를 벌리려고 한다. 하지만 인텔은 통제를 벗어날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성장을 제한했다. 성장을 자제하고 체력을 조절해서 정해진 양만큼만 전진했다. 이를 ‘20마일 법칙’이라고 한다.

1911년 10월 인류사의 첫 남극점 정복을 놓고 영국의 로버트 스콧과 노르웨이의 노얄 아문센이 세기의 대결을 벌였다. 스콧은 날씨가 좋으면 더 전진했고, 날씨가 좋지 않으면 대원들을 쉬게 했다. 반면 아문센은 날씨가 좋던 좋지 않던 무조건 20마일을 걸었다. 누가 살아남았을까? 인텔의 사례에서도 설명했듯 아문센이 살아남았다. 스콧은 복귀과정에서 전 대원들이 사망했다. 아문센은 무조건 20마일 전진했다. 날씨가 좋지 않아도 20마일이고, 날씨가 좋아서 더 멀리 갈 수 있어도 20마일이다. 평원을 걸어도 20마일이다.

이처럼 20마일 법칙은 정상 궤도를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구체적이고 분명하며 현명하고 엄격하게 추구되는 성과 메커니즘이다. 20마일 법칙은 스스로 두 가지 종류의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첫째, 어려운 시기에 꾸준히 높은 성과를 내야 하는 불편함, 둘째, 경기가 좋은 시기에 자제하는 불편함이다.

삼성전자가 어려움을 겪어야 했던 이유는 20마일 법칙을 무시했기 때문이다. 갤럭시노트5에서 ‘6’을 건너뛰고 노트7을 신제품으로 내놓았다. 무엇보다 아이폰보다 빠른 날짜에 출시하기 위해 30~40마일을 달린 셈이다. 만약 삼성전자가 20마일 법칙을 펼쳤다면 어땠을까? 품질의 삼성이라는 이미지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더욱 내실있는 기업이 되지 않았을까.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