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부패로 성장한 나라는 없다

고대진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장
입력일 2016-11-10 15:43 수정일 2016-11-10 15:45 발행일 2016-11-11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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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진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장

인천상륙작전에 의해 서울이 수복된 날인 9월 28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김영란법’)이 시행됐다. 이 법의 시행으로 인해 한국경제연구원은 연간 약 11조 6000억원의 경제적 손실을,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은 국내 외식업 연간 매출의 약 5%인 4조2000억원의 매출 감소가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렇지만 돈이 돌고 돌아 새로운 수요와 공급을 창출한다는 승수효과를 고려하면 그 경제적 영향은 몇 배에 달할 것으로 생각된다. 

김영란법의 시행은 단기적으로 소비위축 등의 영향이 불가피 하겠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이 법의 시행을 계기로 우리 사회 저변에 만연한 특권주의의 청산 여부다. 특권주의가 소수 권한의 집중을 만들고 이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부정부패가 끊임없이 이어지며 이러한 비정상이 마치 당연한 것처럼 이성적 판단을 왜곡하고 이 사회를 멍들게 하고 있는 것이다.

부정부패가 미치는 악영향은 크다. 무엇보다 먼저 사회적 약자인 일반 시민의 생존권을 위협하게 되고, 공정한 경쟁 기회를 박탈한다. 기업에게는 자본 배분의 왜곡을 가져와 신규 투자기회가 상실되고 경영리스크가 확대돼 결국에는 기업부실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게 된다.

김영란법에 대한 우리 사회의 기대는 다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 앞으로 우리 사회가 좀 더 투명하게 될 것이라는 확신이다. 청탁을 하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그동안 관행처럼 굳어왔던 접대 문화를 멀리 할 것이고, 서로가 근사하게 거절할 수 있는 명분을 갖게 될 것이다.

둘째로 가치를 판단하는 잣대가 변할 것이다. 접대를 통해 수주를 확보했던 기업들은 점차 기술력으로 평가받아야 하고, 또 전화 한통으로 해결하고 과시하던 연줄문화는 절차를 존중하는 시민의식으로 변할 것이다.

중소기업 정책은 어떠한가. 우리는 그동안 중소기업을 위해 양적인 측면에서 얼마나 공급할 것인지에 대해 주로 고민해 왔지만 앞으로는 어떻게 기업 생태계의 불공정거래, 부당한 가격메커니즘, 부도덕한 거래관행 등을 차단할 수 있을지에 대해 좀 더 고민하게 될 것이다.

반면 김영란법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관련 가이드라인을 국민에게 신속히 제공할 필요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법에 대한 세부내용과 해석이 복잡해 이를 따지다가 ‘아무 것도 하지 말자’라고 결정하는 등 자조 섞인 의견이 분분하다. 이 상태를 방치함으로써 과잉규제가 되거나, 선량한 피해자가 생기거나, 미풍양속을 처벌하게 된다면 오히려 사회적 손실이 추가적으로 유발될 수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한국의 청렴도를 OECD 수준으로 끌어 올릴 경우 GDP가 0.65%포인트 상승한다고 추산한다. 중국의 경제학자들도 중국의 반부패 정책이 성공할 경우 2020년에 중국의 GDP가 0.1%∼0.5%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금껏 부패로 성장한 나라는 없다. 당분간 우리 경제에 칼바람이 불 수 있겠지만, 김영란법은 반드시 우리가 넘어야 할 통과의례다. 김영란법이 취지대로 잘 정착되어 다시 한번 대한민국의 잠재력을 회복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고대진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