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새로운 금융환경에 대비할 때

조윤남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
입력일 2016-11-06 16:42 수정일 2016-11-06 16:42 발행일 2016-11-07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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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남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

‘뉴 뉴트럴(New Neutral)’이란 용어는 이제 한국 주식시장에도 어울리는 말이 됐다. 마치 자동차의 중립 기어처럼 앞으로도 가지 못하고 뒤로도 밀려나지 않는 상황, 즉 경제나 주식시장이 크게 좋아지지도, 그렇다고 더 나빠지지도 않는 상황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지난 수년과는 다르게 2017년은 무엇인가 변화를 모색하는 장세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변화의 움직임은 국제 금융시장의 환경 변화로부터 출발한다. 가장 큰 변수를 꼽으라면 역시 미국 대선 결과다. 필자는 글로벌 자산배분의 변화, 주식시장 주도주 패러다임의 변화, 가치평가 배수(예로 PER과 같은)의 변화, 원자재 가격의 상승과 하락 주기 등 일련의 패러다임 변화들은 미국의 집권당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해왔다. 민주당과 공화당 집권시기(과거에는 대체로 8년 주기)에 금융시장의 색깔은 뚜렷하게 대비되는 모습을 보여왔다.

과거 민주당 집권 시 금융시장에 나타났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기술과 혁신에 대한 열망’이었다. 주식시장은 기술주와 생명공학주 중심으로 상승했다. 특히 최근 수년간 버락 오바마 집권기에 나타났던 기술주와 생명공학주의 가치평가 배수(PER)는 과거 90년대 후반 빌 클린턴 정부에서 목격했던 버블의 정도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2016년 나스닥지수가 신고가를 경신했음에도 불구하고 나스닥 생명공학지수는 2015년 하반기 이후 현재까지 조정국면이 진행 중이다.

힐러리가 집권한다면, 기술과 혁신에 대한 갈망은 또 다시 커질 수 있고 생명공학주의 거품은 재차 커질 수 있다고 판단한다. 한국의 코스닥지수, 그리고 제약 및 생명공학 주식들, 보다 넓게는 중소형주들이 2015년 하반기 이후 조정 국면을 지나고 있다는 사실도 미국의 생명공학 주식들의 조정국면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글로벌 증시의 기술과 혁신의 바람이 다시금 불기 시작한다면 한국의 중소형주, 바이오주, 코스닥 또한 주가 상승이 나타날 것이다.

두 번째 중요한 변수는 원자재 주도의 인플레이션이다. 미국은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고 인플레이션을 유도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만약 국제 유가가 WTI기준으로 배럴당 50달러 이상에서 안착하고 이후 상승세를 보인다면 금융시장은 이것을 신흥시장의 경기회복으로 인식하게 될 것이다. 한국 또한 원자재 수요와 관련된 기업들(조선·건·화학·정유·철강 등)의 이익 증가 기대감이 생겨날 수 있다.

이 경우 한국의 코스피는 삼성전자의 주가 상승이 없어도 산업재와 소재 주식들의 주가 상승으로 지난 수년간의 박스권을 상향 돌파하게 될 것이다.

2017년 주식시장 대응 전략은 마치 역기의 바벨처럼 두 개의 대비되는 색깔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한 쪽은 지난 수년간의 주도 패러다임인 기술과 혁신의 기대가 좀 더 커지는 쪽으로, 또 다른 한 쪽은 최근 수년간의 부진이 회복되는 수혜를 받는 쪽으로 투자를 분산시켜야 한다. 왜냐하면 2017년은 전례 없는 국제 금융시장 환경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고 이후 수년간 나타날 주도주 패러다임의 시작 시기이기 때문이다.

조윤남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