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권력에 붙은 검은 그림자, 가신(家臣)

김우일 대우M&A 대표
입력일 2016-11-03 11:14 수정일 2016-11-03 11:15 발행일 2016-11-03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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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일 대우M&A 대표
김우일 대우M&A 대표

온 국민을 허망과 절망의 절벽아래로 빠트린 단군 이래 최악의 스캔들이 터졌다.

대통령을 20대부터 40여년간 수족같이 보좌했던 최태민, 그의 자녀인 최순실과 그 하수인들이 국정에 간섭하며 대통령을 조종하여 이권을 챙겨왔다는 의혹이 세상에 알려지며 국민들의 분노가 극에 달했다.

이 사태의 최대주범은 다름아닌 이른바 ‘가신(家臣)’그룹이다.

가신이란 권력을 쟁취하기까지의 생사고락을 같이한 가족과 같은 신하들을 의미한다. 한사람의 주군을 위해 자기의 목숨도 버리는 각오로 권력투쟁을 돕는 측근들이다.

인류역사이래 권력투쟁은 인간들이 가진 최선의 목표와 가치로 치부돼왔다. 이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서로 죽이고 죽는 상황을 숙명적으로 연출한다. 권력아래 사람이 모이고 재물이 모이고 명예도 따라오기 때문이다. 국가의 모든 정책을 생산하는 권력은 재물을 탐닉하고 출세하는데 가장 빠른 첩경으로 간주돼왔다. 그래서 권력을 잡기위해서는 본인을 목숨 걸고 뒷바라지해주는 가신그룹이 절대필요하다. 더불어 권력의 그림자에 기생해 별도의 재물과 이권을 챙기려고 하는 가신그룹에게는 한사람의 권력자가 필요하다. 따라서 권력을 쟁취했을 때는 권력자와 가신그룹은 불가분의 공생관계가 필연적이다.

‘독불장군(獨不將軍)’이란 말이 있다. 홀로서는 장군이 될 수 없다는 의미인데 장군 즉 권력자,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주변에 동료도 필요하고, 참모도 필요하고 부하도 필요한 법이다. 이들의 도움 없이는 권력자가 되기에 불가능한 법이라 어떻게 보면 가신그룹들이 자신들의 탐욕을 위해 권력자를 내세우는 꼴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권력쟁취 후에는 공개된 권력자보다 그림자에 숨어있는 가신그룹이 더 많은 이권과 재물을 챙기기도 챙기기도 한다.

우리나라 역대의 대통령들을 보더라도 이들 가신들의 폐해가 적지 않다. 대부분 가족, 친인척, 선거공신들이 국정을 농단하다 형사처벌을 받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미혼이라 가족, 친인척의 폐해는 근심하지 않아도 되지 않겠느냐 일말의 믿음이 있었지만, 아무 경륜도 없는 한 여인이 국정을 농단하는 사태가 벌어지면서 국민의 믿음은 배신당하고 말았다.

어떤 방법과 수단, 또 어떤 인과관계로 이들이 대통령을 좌지우지 했는지 진상이 반드시 규명돼야 국민들의 상실된 마음을 조금이나마 채울 수 있을 것 이다.

대기업에 근무한 필자(김우일 전 대우그룹구조조정본부장)의 경험으로는 이 같은 가신들의 폐해는 정치계뿐만 아니라 재계에도 크게 다르지 않다.

붕괴되는 기업의 원인을 보면 대부분 횡령비리, 불합리한 의사결정, 도덕적해이, 사리사욕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리고 이런 비리는 기업의 오너보다 오너의 가신그룹에 의해 저질러지는경우가 대부분이다. 가신그룹에의해 둘러싸여 기업의 경영정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CEO와 오너는 허수아비에 불과하다.

국가와 기업을 위태롭게하는 가신그룹, 이들을 적절히 내쳐야만 올바른 권력을 행사할수 있다.

중국 유명한 고사성어, ‘토사구팽(兎死狗烹)’이란 말이 이때처럼 절절히 가슴에 와 닿은 적이 없다. 토사구팽은 일반적으로 인지상정에 어긋나는 부정적의미로 받아들여지지만 토사구팽을 과감히 할수 있는 자만이 진정한 권력자에 오를 수가 있다.

김우일 대우M&A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