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동일노동 동일임금이 첫걸음이다

박봉규 건국대 석좌교수
입력일 2016-11-02 15:38 수정일 2016-11-02 15:39 발행일 2016-11-03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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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봉규 석좌교수
박봉규 건국대 석좌교수

비정규직 숫자를 줄이고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대로 두어선 안된다는 당위와 걱정에도 불구하고 비정규직 숫자는 갈수록 늘고 있고 처우 또한 더 나빠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최근 들어 비정규직의 평균소득은 정규직 근로자의 55%까지 떨어졌다. 4대 보험 가입률도 낮다. 비정규직 종사자들은 여성, 저학력층, 노인 등 취약계층이 많고 경쟁력 약한 서비스업에 주로 분포되어 있어 가뜩이나 힘든 이들의 생계를 더 어렵게 만든다. 고용이 불안하니 안정적인 생활설계도 불가능하다. 정규직을 대신해 위험하고 열악한 작업현장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은 물론이요, 인격적인 대우도 받지 못한다.

비정규직의 과다와 낮은 보수가 가져다 주는 문제는 한 두가지가 아니다. 우리 경제를 내수중심으로 바꾸어야 한다고들 하지만, 소득이 있어야 소비를 늘릴 것이 아닌가. 비정규직 처우개선은 근로자 소득향상을 통한 내수촉진 뿐만 아니라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데도 필수적이다. 지나친 소득 양극화는 필연적으로 사회불안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의 비정규직은 불가피하다. 기업은 기술이나 시장수요 변화에 따른 생산능력의 조절을 위해 노동공급을 탄력 조정할 필요가 있다. 산업구조 변화나 서비스업 비중 증가도 비정규직의 사용을 불가피하게 만든다. 지식집약산업을 중심으로 재택, 파견, 시간제근무와 같이 근무형태가 다양화됨에 따라 근로자 입장에서 비정규직을 선호하는 경우도 있다.

문제는 정규직을 원해도 그렇지 못한 경우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비정규직 문제는 단순히 고용정책의 측면에서만 접근해서는 해결되기 어렵다. 경제정책 전반과 산업정책, 사회정책과의 연계 속에서 종합적으로 풀어가야 할 구조적인 문제이다. 동시에 지나친 이상론에 집착해 단기간에 해결하려하기 보다는 현실적이고 단계적인 접근이 필요한 분야이다. 사용기간의 강제나 사용업종 제한 같이 시장현실을 도외시한 법적 강제는 자칫 또 다른 형태의 비정규직을 만드는 풍선효과만 가져올 수 있다.

근본적인 해법은 고용을 정부정책의 최우선에 놓고 질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신성장 동력산업을 육성하거나 서비스산업 투자를 가로막는 규제를 타파하는 것도 중요하다. 지나친 정규직 보호를 줄이는 동시에 비정규직 노조 지원, 비정규직 대표의 노사정위원회 참여 허용 등도 필요하다. 비정규직 직무자체를 제한해 나가는 일, 파견업종이나 사내하도급에 사용사업주 책임을 강화하는 일, 노동시장 유연성 강화와 병행해 사회안전망을 확충하고 비정규직 교육을 지원하는 일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러나 비정규직 해법의 첫 단추는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확실한 적용이다. 기업들은 겉으로는 고용의 유연성을 주장하지만 실제는 인건비 절감 수단으로 비정규직을 사용하고 있음을 고백해야 한다. 기업에게는 시장상황에 따른 해고 권한을 확대해 주는 대신, 기업은 같은 일에 종사한다면 비정규직에게도 정규직과 같은 임금을 지불해야만 한다. 4대 보험도 마찬가지다. 이 한가지만 제대로 시행된다면 인건비 절감을 목적으로 하는 편법적 비정규직 고용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

박봉규 건국대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