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트럼프는 왜 대통령이 되고 싶을까?

정인호 VC경영연구소 대표
입력일 2016-10-19 13:39 수정일 2016-10-19 13:40 발행일 2016-10-2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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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호 VC경영연구소 대표

빈곤은 기본적인 생활수준을 달성할 수 있는 능력이 없는 상태를 이른다. 즉 자원의 결핍으로 인해 기본적인 물질적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이러한 빈곤은 크게 두 가지로 정의된다. 하나는 절대적 빈곤이요, 다른 하나는 상대적 빈곤이다.

절대적 빈곤이란 기본적인 인간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단이 없는 상태로 총수입 대비 육체적 효용성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생필품을 획득하기도 힘들다.

상대적 빈곤은 말 그대로 상대적인 개념으로 특정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향유하고 있는 상품과 서비스를 향유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예를 들면 보편적인 생활필수품인 스마트폰이 없어 인터넷에 접근하지 못하거나 냉장고가 없어서 냉장·냉동 보관을 할 수 없는 경우가 해당된다.

미국 하버드대학교 경제학자인 센딜 멀레이너선과 프린스턴대 심리학자인 엘다 샤퍼가 저술한 ‘결핍의 경제학’이란 책은 가난이란 경제적 여유뿐만 아니라 ‘뇌의 여유, 즉, 정신적 여유가 결핍된 상태’로 정의한다. 경제적으로 어렵지만 경제적 여유가 충족되지 못하니 정신적, 심리적 상태마저 고갈되는 현상이다.

그렇다면 절대적 빈곤과 상대적 빈곤, 이 중 당신은 어느 빈곤층에 해당되는가? 아니면 당신은 어느 빈곤층에도 해당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모든 인간은 빈곤하다. 경제학 분야에 ‘베블렌 효과’(Veblen effect)라는 것이 있다. 이는 미국의 사회학자인 소스타인 베블렌이 1899년 출간한 저서 ‘유한계급론’에서 ‘값이 오를 때 과시적 소비행위 때문에 그 수요가 오히려 증가한다’고 주장한 이론이다.

베블렌은 인간은 결코 똑같은 것을 추구하지 않으며 남보다 더 부유하고 아름다우며 보다 나은 삶을 영위하길 바란다고 강조한다. 게다가 자신의 모습에 대해 혼자서만 만족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가능한 많은 사람들 앞에서 그런 자신의 모습을 과시하고 싶어 한다.

문제는 이런 소비가 당사자들에게는 ‘제로섬 게임’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아는 누군가 루이뷔통 명풍 가방을 들고 다니면 나는 에르메스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 한다. 또 누군가 롤스로이스를 타면 나는 벤틀리 정도는 타 줘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상대가 가지면 나는 더 갖고 싶어하는 심리, 이런 모습 또한 상대적 빈곤이다. 미국 부동산 부자로 알려진 도널드 트럼프의 자산은 45억 달러다. 우리나라 돈으로 약 5조 2000억원에 달한다. 그의 상대적 빈곤은 무엇일까? 바로 명예다. 그래서 최고 명예의 전당인 미국 대통령이 되고 싶은 거다.

결국 모든 인간은 빈곤하다. 그것이 절대적이든 상대적이든 관계없이 지금 보다 나은 계층으로 성장하고 싶어 한다. 과시적 소비나 명예를 위한 행동이 빈번하게 관찰되는 이유는 성공적으로 인식되었을 때 손에 얻게 되는 결과물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도 누군가는 그들처럼 되기를 꿈꾼다. 트럼프가 대통령을 꿈 꾸는 것처럼.

정인호 VC경영연구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