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칼럼] 뭣이 중한가요?

최규연 순천향대학교병원 산부인과 교수
입력일 2016-10-30 16:52 수정일 2016-10-30 16:53 발행일 2016-10-31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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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연 순천향대학교 산부인과 의사
최규연 순천향대학교병원 산부인과 교수

얼마 전 우연히 신문기사를 보고 화들짝 놀랐다. ‘수두파티, 예방접종 거부, 극단적인 자연주의 육아’에 대한 내용으로, 부모들이 자연적인 면역을 가지게 하기 위해 자녀를 일부러 수두에 걸리게 하는 방법으로 수두 걸린 아이를 불러 파티를 연다는 것이다. 수두파티는 호주의 경우 의사협회에서 잘못된 정보로 아이에게 유해한 결과를 초래하고, 다른 사람의 건강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최근 산전진찰을 받는 산모들 중, 분만과정에서 모든 의학적인 개입을 거부하고 자신들이 원하는 방법으로만 출산을 하겠다고 요구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분만과정이 모두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모든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산부인과 전문의의 의료적인 개입이 왜 필요하겠는가?

한 나라의 보건수준을 가늠하는 데 있어 임신과 출산과 관련된 모성사망률이 중요한 지표가 되는 이유는 분만과 관련된 합병증과 이로 인한 사망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병원 출산율이 낮은 개발도상국의 경우 응급상황이나 의학적인 문제가 발생할 경우 제때에 의료진의 도움을 받지 못하게 되면서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의 경우 병원 분만이 대부분이고 이로 인해 모성사망률은 매우 낮다. 하지만 획일화된 분만환경과 산모 입장에서 제약적인 경우가 많다 보니 불평과 지적이 꾸준했다.

과거에는 병원분만실이 획일적이고 제한적인 분위기였으나, 요즘은 좀 더 자유롭고 가족위주로 사적인 공간에서 조용히 분만을 할 수 있는 환경으로 바뀌었다. 젊은 산모들도 의학적인 정보를 많이 알고 있고, 개인적인 요구사항도 많아져 의학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 경우 산모와 남편이 원하는 자연스러운 출산을 하도록 배려해 주고 있다.

얼마 전 임신 5개월 산모가 남편과 함께 상담하러 왔다. 자신들이 원하는 분만을 할 수 있는지 상담하기 위해 온 것이다. A4 용지로 세 장에 달하는 분만요구사항을 빼곡히 적어놓은 종이를 내밀고 “이 병원에선 자신들이 원하는 방법대로 출산을 할 수 있나요?”라고 묻는다.

나는 “도대체 이들 정보들을 어디서 얻었는지요?”라고 되물었다. 인터넷 카페나 블로그에서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작성했다고 하는 산모의 답을 듣고, 결국 바쁜 진료시간을 쪼개 본인들이 요구하는 내용대로 하면 결국은 병원에서 분만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까지 설명하게 된다.

때론 전문가의 의학적인 소견을 무시한 채, 인터넷에 떠도는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요구하는 산모들을 볼 때 ‘무엇이 중요한가요’라고 묻고 싶어진다. 아이의 건강인지, 아니면 엄마의 신념인지 말이다. 자신들의 의견고집으로 소중한 아이와 다른 아이들의 건강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지, 극단적인 방법이 자신들의 건강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지….

그들의 의사결정이 과연 아이에게 중요한 것인지, 아이들이 말을 할 수 있다면 영화 대사처럼 ‘뭣이 중헌디, 뭣이 중허냐고?’ 라고 물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최규연 순천향대학교병원 산부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