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칼럼] 인터넷 거장 야후의 퇴장

문송천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아일랜드국립대 교수
입력일 2016-10-16 14:37 수정일 2016-10-16 14:43 발행일 2016-10-17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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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ONG Moon)
문송천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아일랜드국립대 교수

인터넷 창업 신화를 화려하게 썼던 야후에게 운명의 날이 왔다.

야후는 애플이 그렇듯 수많은 충성 고객이 형성돼 있으며, 현재 인수되는 처지에 있음에도 가입자 회원 수는 무려 5억명을 넘는다. 현재 전세계 인터넷 사용자 수 전체의 무려 25%에 해당하는 놀라운 수치다.

야후를 인수하는 기업은 미국 굴지의 이동통신 업체인 버라이즌이다. PC 시대의 총아였던 포털 기업 야후가 모바일 폰 업체에 헐값으로 인수된다는 것은 사실 자체만으로도 의미심장한 사건이다. 한마디로 PC 시대의 마감을 대변해주는 가장 결정적인 사건으로 기록될 만하다.

포털 기업이 해킹당한다는 일은 보통 상상하기 힘든 것이다. 서버에 강력한 해킹 방지 기법이 화려하게 동원되는 까닭이다. 그러나 최근 야후에서 이런 기대를 저버리는 사건이 감지됐다. 무려 5억 명의 개인정보가 한꺼번에 유출된 것이다. 유출 시점은 지금으로부터 2년 전. 얼마나 많은 대형 사건 사고들이 감춰진 채 슬쩍 지나가는지를 대변해 주는 사건이다. 개인정보유출 피해 규모가 공식적으로 보고되는 수준은 해킹 다발 국가의 경우 연 1억 명을 약간 상회하는 정도다. 중국, 미국 및 한국의 경우가 각기 1억건 정도로 그런 경우다. 이런 공식 수치와는 별도로 평소 드러나지 않았던 해킹 사건이 뒤늦게 보고되는 사례가 등장하는 것이 최근의 두드러진 경향이다.

그렇다면 뒤늦게 밝혀질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인가. 전문가들은 공식집계치의 최소 10배를 잡아야 해킹 피해 실제 규모가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공식 발표되는 것들은 빙산의 일각으로 해킹의 90% 정도는 감춰진 채 그냥 넘어간다는 말이다. 해킹이 얼마나 일상화됐는지를 시사해주는 대목이다. 상기 세 나라만 고려해도 해킹 피해가 세계적으로 연간 무려 30억건 이상에 달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성립되니 말이다.

뒤늦게 밝혀지는 근본 원인은 불투명 경영에 있다. 감춰진 사건이 투명하게 전면에 모습을 나타내는 것은 대부분 인수 합병 과정에서다. 인수하는 기업은 피인수 기업의 흑막을 들춰내기에 분주하다. 인수 협상 과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온갖 가능한 전략을 동원해야 하는 까닭이다. 인수 합병을 앞둔 기업들 간에는 인수 상대 기업 혹은 경쟁기업의 경영 비밀을 캐내기 위해 해킹 전쟁을 벌이는 것도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시도들 중의 하나라는 점도 이미 공공연하게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야후가 해킹에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었던 점이 특이하다. 해킹 배후에 공무원이 가담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경악을 금치 못하게 만들고 있다. 공권력을 쥔 세력이 해킹에 가담했다는 점은 야후 서버 관리자 조차도 그 세력의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정황을 시사해 준다. 포털로서도 피해 나가기 곤란한 이런 류의 고단수 해킹이 만약 다른 곳에서도 벌어졌다면 전세계 인터넷 인구 대다수의 개인정보가 이미 해커 수중에 들어가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사용자로서는 패스워드 변경에 한층 더 노력하는 방법 밖에는 다른 도리가 없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야후의 운명은 인터넷 기기 사용 세태 변화의 예고편을 우리에게 보여주는 동시에 개인정보 관리에 있어서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는 사건으로 역사의 한 페이지 속에 기록될 것이다.

문송천(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 아일랜드국립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