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개방적 이민정책이 필요하다

박종구 초당대 총장
입력일 2016-10-17 15:26 수정일 2016-10-17 15:26 발행일 2016-10-18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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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구 초당대 총장
박종구 초당대 총장

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의 이민정책을 둘러싼 싸움이 치열하다. 트럼프는 멕시코와의 국경에 담을 쌓아 불법이민을 막아야 한다는 반(反)이민 구호로 표를 끌어 모으고 있다. 클린턴은 포괄적 이민개혁을 지지하며 포용적 이민정책을 펴야 한다는 입장을 천명하고 있다. 지구촌을 패닉으로 몰아넣은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도 결국은 이민자 유입에 대한 반발 때문이었다.

한국 경제는 저출산, 고령화, 생산가능인구 감소라는 3가지 인구 쓰나미에 직면해 있다. 세계 최저 수준의 합계출산율, 내년부터 감소세로 돌아서는 생산인구, 지구촌에서 가장 빠르게 늙어가는 고령화가 심각한 수준이다. 이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종합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그동안 소홀히 다루어졌던 이민정책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불가피하다.

미국, 프랑스, 독일 등 주요 선진국은 한결같이 저출산·고령화의 파고를 적극적 이민정책으로 극복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은 일본을 제외하고는 이민문호 개방으로 선진국 대열에 진입했다. OECD 회원국의 평균 이민자 비율은 13%다. 룩셈부르크는 44%, 스위스는 29%에 달한다. 우리나라는 약 2% 수준으로 일본, 멕시코와 함께 최하위 그룹에 속한다. 그러나 국제결혼 비율이 10%를 넘어섰다. 개방적 이민정책에 눈 돌릴 때가 되었다.

이민정책의 긍정적 효과에 대해서는 많은 실증적 연구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2013년 미 상원을 통과한 바 있는 포괄적 이민법이 전면 실시될 경우 약 1조 달러 규모의 재정적자가 줄어든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있다. 불법 이민자의 합법화에 따라 향후 20년간 신규 세원 발굴, 체납 세금 납부 등으로 국고가 튼튼해진다는 분석이다. 2002~2009년 중 미국 이민자는 국가 의료보험인 메디케어에서 얻은 편익보다 1150억 달러를 더 재정수지에 기여했다는 실증 연구도 있다.

2013년 포춘 500대 기업의 40% 이상이 이민자 또는 이민자 후손이 창업한 회사다. 미국의 10대 고가 상품브랜드 중 7개는 이민자가 만든 것이다. 10억 달러 이상의 기업가치가 있는 창업기업인 유니콘의 51%는 창업주 중 적어도 한 명은 이민자 출신이다. 실리콘벨리의 기술기업 창업자의 약 25%가 이민자임은 물론이다. 구글의 레리 페이지, 세르게이 브린 최고경영자가 대표적 예다.

일본은 소극적 이민정책으로 생산인구 감소, 고령화 문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잃어버린 20년’을 경험했다. 반면 독일은 1.4명의 낮은 출산률과 노동인구 부족에 대처하기 위해 외국인력을 받아들여 생산성 증대와 제조업 성장을 견인했다. 우리에게는 반면교사가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도 이민을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한 핵심자산으로 인식하고 적극 활용해야 한다. 5만 명에 달하는 국내 외국인 전문인력이 사실상 영어, 중국어 등 외국어 강사인 형편이다. 48세를 넘어선 생산현장의 노쇠화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젊은 외국 인력의 수혈이 불가피하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도록 관련 제도와 규정을 정비해야 한다. 이민 문제를 총체적으로 다룰 이민청 설립도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외국인 학교 설립, 부동산 취득·이용 제도 개선 등도 시급한 과제다. 이민에 대한 발상의 대전환이 필요한 때다.

박종구 초당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