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타임’ 놓친 추경, 국책銀 자본확충에 ‘한은 마이너스 통장’ 먼저 쓰나

이나리 기자
입력일 2016-08-24 17:08 수정일 2016-08-24 18:15 발행일 2016-08-24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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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수은·산은에 1조4000억 현금출자 구상 삐걱…한국은행 발권력 동원 다시 급부상
국회에서 11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 통과가 무산될 위기에 놓이면서 국책은행 자본확충펀드에 대한 관심이 다시 커지고 있다.

앞서 정부는 추경을 통해 수출입은행과 KDB산업은행에 대한 현금출자를 우선 진행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추경의 국회 통과가 지체될 경우 한은이 발권력을 동원해서라도 경기부양의 구원투수로 나서야 한다는 요구가 커질 전망이다.

24일 정치권과 정부, 한은 등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달 26일 국회에 제출한 추경은 여야 간 협상 난항으로 인해 국회 통과가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조선·해운업 부실화 책임 규명을 위한 청문회의 증인 채택 문제 등으로 여야가 의견접근을 이루지 못하고 있어서다.

지난 6월 정부는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을 위해 국책은행에 1조원 규모의 현물출자를 먼저 하고, 한은의 발권력을 동원해 만든 10조원 규모의 ‘마이너스 통장’으로 추후 자금 소요에 대응하겠다는 선제적 자본확충방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발권력 동원 논란이 거세지자 정부는 추경 편성부터 하겠다고 입장을 바꾼 뒤 수은(1조원)과 산은(4000억원)에 대한 현금출자안을 제시했다.

따라서 추경을 믿고 있던 금융당국과 국책은행들은 추경의 무산 가능성이 높아지자 난감한 모습이다. ‘플랜 B’ 차원에서 국책은행 자본확충을 위해 한은이 주도하는 자본확충펀드를 동원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추경이 무산되면, 올 하반기 경기에 치명적인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올 하반기는 김영란법(금품수수 및 부정청탁 금지에 관한 법률) 효과로 소비의 급격한 위축이 우려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추경이 무산되면 올 경제성장률이 2%대 초중반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때문에 하반기 경기의 추가 급락을 막고 경기회복의 불씨를 살려가기 위한 지렛대 역할을 할 곳은 한은뿐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하반기 경기에 충격이 발생하면 한은이 기준금리를 또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급증한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 등이 추가 인하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어 한은의 결정을 어렵게 하고 있다.

이나리 기자 nallee-babo@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