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안츠생명 인수에 뜸들이는 안방보험…그 배경은

이나리 기자
입력일 2016-08-24 15:58 수정일 2016-08-24 18:15 발행일 2016-08-24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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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탓이란 우려는 '오비이락'…구조조정 더딘 영향 커

알리안츠생명의 M&A(인수·합병)에 적극적으로 속도를 내던 중국 안방보험이 최근 소극적 행보를 보여 그 배경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금융권에선 안방보험이 인수 과정에 뜸을 들이면서 알리안츠생명의 인력 구조조정과 직원들의 복지 축소를 압박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힘을 얻고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중국 안방보험은 알리안츠생명 인수 의사를 밝힌 지 5개월이 지났으나 아직까지 금융당국에 ‘대주주 적격성 심사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국내 주요 금융사의 최대주주가 되고자 하는 개인이나 법인은 금융회사지배구조법에 따라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거쳐야 한다.

앞서 안방보험은 지난 4월 알리안츠생명을 300만 달러(약35억원)에 인수하는 내용의 주식매매계약(SPA)를 체결한 이후 인수 관련 절차 진행을 멈춘 상태다.

지난해 2월 안방보험이 동양생명 인수를 위한 SPA를 체결한 뒤 한 달 만에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신청한 것과 비교하면 매우 소극적인 행보다.

이를 놓고 금융권 일각에서는 우리나라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도입 결정에 대한 대응차원에서 중국 정부가 투자를 통제하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알리안츠생명 내부에서는 “오비이락(烏飛梨落)”이라는 반응이다.

알리안츠생명의 구조조정과 복지 축소 작업이 난항을 겪고 있어 안방보험이 매각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게 금융권 시각이다.

안방보험은 알리안츠생명 인수 조건으로 ‘매각 전 인력 구조조정’과 노사간 단체협약 개정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요스 라우어리어 알리안츠생명 한국법인 대표 역시 안방보험으로 매각이 결정된 이후 가진 내부 미팅에서 인력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거론한 바 있다.

구조조정 인원에 대한 공식적인 통보는 없었지만 시장에서는 400~500명 수준을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알리안츠생명은 지난 4월 안방보험과 SPA체결 이후 명예퇴직 200여명만 진행된 상태다.

아울러 사측은 최근 노조에 퇴직금·연차휴가·생리휴가 개정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단체협약 개정을 요구했으나 노조가 이를 거부하고 있다. 사측은 노조가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정리해고’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알리안츠생명이 안방보험에서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 구조조정 규모에 도달하지 못하면서 안방보험이 이를 이유로 알리안츠생명 인수에 뜸을 들이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알리안츠생명 관계자는 “회사는 원칙적으로 정리해고를 원하지는 않는다”며 “다만 노사간 단체협약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정리해고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오는 10월경 매각 작업이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그 사이 추가적인 인력 구조조정과 함께 복지 축소 작업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나리 기자 nallee-babo@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