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고용 VS 정규직 전환…기업銀 깊어지는 ‘고민’

이나리 기자
입력일 2016-08-08 17:15 수정일 2016-08-08 18:55 발행일 2016-08-08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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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은, 노사간 정규직 전환위한 TF팀 구성…정부의 청년일자리 확대 정책과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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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에서 압도적으로 비정규직 비중이 높은 IBK기업은행이 청년고용 확대와 정규직 전환을 놓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노조 측은 비정규직 3850여명의 정규직 전환을 먼저 실시한 뒤 신규 청년고용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기업은행에 대한 인사권과 예산권의 키를 쥔 정부 측은 청년고용 확대에 힘을 쏟고 있어 입장차가 팽팽히 맞서는 모양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비정규직(무기계약직)의 정규직 전환을 위해 최근 노사간 태스크포스(TF)팀 구성에 합의했다.

기업은행은 정규직과 준정규직(무기계약직), 2년제 계약직, 전문 계약직 등으로 나눠 채용하고 있는데 전체직원 1만2676명 중 준정규직인 3854명이 정규직 전환대상이다. 이들은 정규직과 동일하게 정년을 보장받지만, 임금면에서 정규직과 차이가 난다.

기업은행은 금융권에서도 비정규직 비중이 가장 높은 수준이다. 실제 전체 직원의 30%가 비정규직이다.

기업은행과 달리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 등 시중은행들은 이미 몇 년 전부터 무기계약직의 정규직 전환을 진행했다.

기업은행의 정규직 전환이 느린 이유는 국책은행인데다 채용인원과 예산관련 권한을 정부가 갖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은행의 최대주주인 기획재정부는 인력채용의 권한도 갖고 있어 기은의 의사결정에 영향력 행사가 큰 편이고, 예산권은 금융위원회가 갖고 있다.

문제는 정부가 청년일자리 확대를 정책으로 내걸고 있어 기업은행 입장에서는 한정된 예산 안에서 신규인력 채용을 함께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정부의 임금피크제 도입으로 공공기관 임피제 규정상 정년 연장자 수만큼 신규채용을 늘려야 하는 상황까지 겹치면서 비정규직 전환에 난항이 예상된다.

기업은행이 정규직 전환과 청년고용이라는 진퇴양난에 빠진 가운데 기은 노조는 TF팀 구성을 첫걸음으로 정규직 전환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노조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위해 단기적으로 필요한 비용을 348억여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1인당 1000만원 가량 연봉이 높아지는 식이다.

나기수 기은 노조위원장은 “임금이 낮고 고용이 불안정한 비정규직을 뽑는 것이 청년고용의 본질이 아니”라며 “이미 비정규직으로 채용된 직원들부터 정규직으로 전환해 조직구조를 정비한 뒤, 청년고용을 안정적으로 실시하는 수순으로 가야 한다”고 노조의 입장을 밝혔다.

나 위원장은 “정규직 전환으로 근로조건 차별이 사라지면 직원들의 결속력 강화와 더불어 업무생산성도 높아질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뿐만 아니라 정규직 직원들의 양보와 배려도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에 다양한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정규직 전환 작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나리 기자 nallee-babo@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