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금감원 제재에도 꿈쩍않는 흥국생명의 ‘김치·와인사랑’…그 의도는

이나리 기자
입력일 2016-08-03 08:30 수정일 2016-08-03 11:30 발행일 2016-08-03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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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가보다 비싼 고가의 김치거래…투명하지 못한 계약
전문가들, 계열사 부당지원 의혹 제기

흥국생명 등 태광그룹 계열사들의 오너일가 챙기기가 금융당국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흥국생명 등은 몇 년전부터 직원들에게 김치와 더치커피, 와인 등을 제공하고 있는데, 이를 판매하는 회사는 이호진 태광그룹 전 회장 일가가 100%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로 밝혀졌다. 문제는 이들 물품들이 시중가보다 비싼 가격에 거래되는 등 계열사 부당지원 의혹을 받고 있다는 데 있다.

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흥국생명과 흥국화재 등은 해마다 가격적정성을 투명하게 검증하지 않은 고가의 물품들을 직원들에게 선물해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치(알타리10kg)와 더치커피의 경우 이 전 회장 일가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춘천소재 골프장 휘슬링락CC에서 판매하는 것으로 각각 개당 19만5000원, 15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와인 역시 이 전 회장의 부인인 신유나씨와 딸 현나씨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와인 전문기업 메르뱅에서 판매하는 것으로, 10만원 선에서 거래됐다. 온·오프라인 확인 결과 시중에서 알타리김치 10kg의 가격은 5만~10만원 수준이다.

흥국생명의 경우 김치와 와인 등의 업체선정 및 계약 추진 과정에서 가격적정성을 검증하지 않거나 예정가격을 작성하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지난 1월 29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내부통제 강화에 대한 경영유의 조치를 받았다.

그러나 이로부터 몇 개월 지나지 않은 지난 상반기, 또다시 직원들에게 김치, 더치커피, 와인 등을 선물로 제공했다.

올 하반기에는 직원들에게 배추김치를 선물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계열사 일감몰아주기 대상에 적용되는 등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문제가 된 메르뱅, 티시스(휘슬링락CC) 등 내부거래를 한 계열사들과 흥국생명은 총수 일가의 공정거래법상 일감 몰아주기 감시대상이다. 규제대상은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의 총수가 있는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이다. 총수 및 친족이 주식의 30%(비상장 20%) 이상을 갖고 있고 내부거래 금액이 200억원 또는 해당 계열사 연간 매출의 12% 이상이면 감시대상에 포함된다.

이에 대해 한 변호사는 “임직원에게 선물시 투명한 내부통제를 거치지 않은 계열사 내부거래로 과도한 이득을 취득한 부분에 대해서는 계열사 부당지원행위나 총수일가 사익편취행위 등 공정거래법위반 소지 가능성이 높다”며 “흥국생명 경영진들의 경우 업무상 배임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제재조치를 내린 금융감독원 역시 “흥국생명이 계열사와의 물품과 용역거래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금감원에서 보험사에 제재를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유사한 내부거래가 발생한 부분에 대해서는 조사를 통해 적절한 조치를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흥국생명 관계자는 “고가의 물품이라는 논란에 대해 여러 방면으로 적정가격에 대한 견적을 받아 조사했고, 현재의 거래 가격이 적정하다고 내부적으로 판단했다”며 “이런 내용이 담긴 개선안 회신을 8월 9일까지 금감원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나리 기자 nallee-babo@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