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부상치료비 모럴헤저드 논란…단순 타박상도 하루 140만원 챙겨

이나리 기자
입력일 2016-07-28 16:56 수정일 2016-07-28 18:12 발행일 2016-07-28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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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보사 경쟁과열, 치료비 중복가입 등 모럴헤저드 유발
손해율 높아진 손보사, 보장 축소 돌입 시행시기 조율중
손해보험사들이 운전자보험 자동차사고 ‘부상치료비’ 특약을 놓고 무리한 경쟁을 벌이면서 모럴헤저드(도덕적해이) 논란이라는 후유증을 낳고 있다.

과도한 의료행위를 유발하고 보험사기 표적으로 지적됐던 과거 ‘입원일당’ 특약처럼, 부상치료비 특약이 제2의 입원일당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부상치료비 특약 경쟁으로 손해율이 높아진 보험사는 부랴부랴 보장내용을 축소하고, 계약을 모집한 설계사에 대해 제재를 가하며 진화에 나서고 있다.

◇ 손보사 출혈경쟁이 낳은 대가 ‘모럴헤저드’…설계사 “목만 삐끗해도 하루 100만원 받도록 패키지 설계해줄게”

올해 초부터 손해보험업계에서는 운전자보험의 부상치료비 특약 보장을 확대하는 경쟁이 뜨거웠다.

자동차사고 부상치료비는 보험사마다 이름은 조금씩 다르지만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시행령 제3조에서 정한 교통사고 상해등급(1~14등급)에 따라 약정된 보험금을 지급하는 형태다.

2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현대해상, 동부화재 등은 올해 초 자동차사고(운전중·탑승중·보행중) 부상치료비 특약의 가입한도를 대폭 늘렸다. 최저 등급인 14등급을 받더라도 기존 20만원에서 40만원까지 받을 수 있도록 확대한 것이다.

이는 생명·손해보험 업권별로 각각 운영 중인 입원일당 누적 가입한도가 올해부터 통합되고, 입원보험금 가입한도가 대폭 축소된 영향이 크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2월 ‘보험사기 척결 대책’에 따라 고액의 보험금을 받는 보험을 여러개 보유한 뒤 이를 보험사기에 악용하는 나이롱 환자를 차단하기 위해 이같은 중복가입 원천봉쇄 조치를 내렸다.

이에 따라 부상치료비는 그동안 운전자보험의 주력 담보로 여겨졌던 입원일당을 대체하는 특약으로 급부상했다.

손보사 관계자는 “지난해 말 입원일당 관련 규제 강화로 보험사들의 마케팅 포인트가 입원일당에서 부상치료비로 바뀌면서 이 특약이 탑재된 운전자보험 등의 상품이 인기를 끄는 추세”라고 말했다.

문제는 부상치료비 특약이 정액형으로 중복보상이 가능해 여러 보험사에 가입한 뒤 고액의 보험금을 챙기는 등 모럴헤저드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부상등급의 최저급수인 14급은 ‘수족지 관절 염좌’, ‘단순 타박’ 등 경미한 부상도 인정해주고 있다.

여기에 14급처럼 단순 부상에도 최대 40만원까지 보험금을 지급하는 보험사들의 출혈경쟁까지 겹치면서 부상치료비가 모럴헤저드의 중심으로 떠오른 것이다.

실제로 일부 설계사들은 몇 개 보험사 상품을 패키지로 묶어 고객들에게 추천하며, 교통사고 관련 병원진료만 받아도 100만원 이상 받을 수 있다는 식으로 보험가입을 유혹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설계사는 “3~4군데 보험사의 운전자보험을 패키지로 묶어 보험료를 산출하고, 고객들에게는 교통사고로 단순 타박상을 입어 통원치료를 하루만 받아도 140만원은 거뜬히 받을 수 있다고 설명하며 보험가입을 유도하고 있다”며 “때문에 교통사고 발생시 실제 다친 것보다 과도한 치료를 받게 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보험사 1급 최저등급(14급) 보장액 변동 여부(변경일)
삼성화재 700만원 10만원 X
현대해상 2000만원 40만원→20만원 ○(7월11일)
동부화재 2400만원 40→20만원 ○(7월10일)
KB손보 2400만원 40→20만원 ○(5월16일)
메리츠화재 2400만원 40만원→20만원 ○(시기 조율중)
한화손보 1000만원 10만원 X
롯데손보 800만원 20만원 X
◇ 손보업계, 손해율 오르자 부랴부랴 보장 축소 무리한 특약 경쟁으로 손해율이 악화와 모럴헤저드 논란까지 불거지자 보험사들은 다시 보장금액을 줄이기에 들어갔다.

지난5월 KB손보가 부상치료비의 최저등급 보장한도는 기존 40만원에서 20만원으로 축소한 것을 시작으로, 7월에는 동부화재, 현대해상도 동일하게 보장을 축소했다.

메리츠화재도 보장금액 축소를 확정짓고, 시행 시기를 조율중이다.

현대해상의 경우 보장한도 축소와 함께 지난 2월 15일 특약을 개정한 이후 체결된 계약을 자세히 들여다보기로 했다.

대상은 자동차사고로 2건 이상 보험금이 청구된 계약을 모집한 설계사로 해당 설계사가 새로운 보험을 계약할 때는 전부 특인심사를 한다는 계획이다. 특인심사는 가장 상위 결정권자에게까지 심사를 받아야해 일반심사보다 절차가 까다롭다.

이나리 기자 nallee-babo@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