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전은협 소속 12개 은행노조 “하반기부터 ISA 판매 전면 중단”

이나리 기자
입력일 2016-06-14 16:59 수정일 2016-06-14 17:11 발행일 2016-06-14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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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A’ 계좌 수 늘리기→금액 늘리기 전환…‘직원들 이중고’
금감원 이어 금융위 방문 예정…요구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판매중단 초강수'
ISA, 보름만에 100만 돌파<YONHAP NO-2424>
시중은행들이 ‘깡통’ ISA 계좌의 납입액 증가를 종용하고 있는 가운데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은행 노조들이 하반기 ISA 판매 중단이란 초강수로 맞불을 놓을 예정이다. 서울 KB국민은행 여의도 영업부에 ISA 관련 안내문이 설치돼 있다.

전국은행산업노동조합협의회(전은협) 소속 12개 은행들이 올해 하반기부터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판매를 전면 중단할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의 ISA ‘계좌 수 늘리기’ 경쟁으로 인해 1만원 미만으로 가입한 ‘깡통계좌’ 논란이 빗발친데 이어 최근 ‘금액 늘리기’까지 더해지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는 은행직원들이 초강수를 두는 것이다.

신한·KB국민·우리ㆍNH농협·KEB하나ㆍSC제일은행 등 12개 은행의 노동조합으로 구성된 전은협은 올해 하반기부터 ISA 판매를 전면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14일 밝혔다.

서성학 SC제일은행 노조위원장은 “금융당국이 ‘ISA 판매 할당금지 및 은행KPI(핵심성과지표)에 ISA실적 반영금지 지침’을 은행들에게 내리지 않을 경우 전은협 소속 12개 은행들은 단체로 ISA 판매 중단을 선언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은협 소속 노조위원장들은 지난주 금융감독원을 항의 방문해 이같은 요구를 주장했으나 현재까지 어떠한 답변도 듣지 못했다. 오는 21일 예정된 금융위원회 항의 방문 이후에도 금융당국이 전은협의 요구를 관철해주지 않을 경우 올 하반기부터 ISA 판매 중단도 불사하겠다는 방침이다.

전은협이 이같이 초강수를 두는 배경에는 일부 은행들이 직원들에게 ISA 계좌 유치 할당을 설정하는 등 계좌 수 늘리기에만 급급한 것도 모자라 최근에는 금액 늘리기로 직원들의 목을 죄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ISA 판매과정에서 불완전판매뿐만 아니라 깡통계좌 문제까지 불거지자 금감원의 은행 검사가 예고돼 있는 상황”이라며 “금감원의 검사를 대비해 자체 점검에 들어간 은행들이 불완전판매 우려가 높은 깡통계좌에 대한 납입액을 추가할 수 있도록 은행원들을 압박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가뜩이나 고객 유치 경쟁으로 은행들이 계좌 수 늘리기에 몰두하면서 직원들의 실적 압박 피로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실적압박이 가중되자 직원들의 불만은 치솟고 있다.

한편 금융감독원의 ‘ISA 금융사 가입금액별 계좌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부터 한 달간 은행권에서 개설된 ISA 136만2800여개 중 74.3%에 해당하는 101만3600여개가 잔액 1만원 이하로 밝혀졌다. 4개 중 3개 계좌의 가입액이 1만원 이하인 셈이다. 100원 이하의 소액 계좌 또한 전체의 2.0%인 2만8100여개에 달했다.

이나리 기자 nallee-babo@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