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ISA 계좌당 납입액 10만원으로” …직원들 죽을 맛

이나리 기자
입력일 2016-06-14 18:12 수정일 2016-06-14 18:41 발행일 2016-06-14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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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들이 ‘깡통’ ISA 계좌의 납입액 증가를 종용하고 있는 가운데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은행 노조들이 하반기 ISA 판매 중단이란 초강수로 맞불을 놓을 예정이다. 사진은 서울 KEB하나은행 영업점에 ISA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는 모습. (연합)
 

은행권의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유치를 위한 직원 실적압박이 ‘계좌 늘리기’에서 ‘금액 늘리기’로 확산되면서 은행원들의 한숨이 날로 깊어지고 있다. 100원, 1000원짜리 깡통계좌를 1만원 이상 혹은 10만원 이상으로 추가 납입 시키라는 영업압박이 거세지고 있지만 은행원들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과 KEB하나은행이 직원들에게 ISA 금액 늘리기 압박이 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은행 관계자는 “농협과 하나은행 등 일부 은행들이 영업지점장들에게 깡통계좌를 없애라는 지시를 구두나 문자를 통해 내렸다”며 “1계좌당 최소 1만원 이상, 10만원까지 추가 납입을 유치하도록 하는 업셀링(Up-sell ing)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고 전했다. 업셀링 마케팅은 동일한 고객을 대상으로 상품을 추가 판매하는 것으로 ISA 계좌를 개설한 고객들에게 납입액 추가를 유도하는 영업 행위를 의미한다. ISA 도입전부터 일부 은행원들은 할당된 목표를 채우려고 은행 업무를 보러 온 고객이나 지인들에게 ‘1만원을 대신 넣어줄 테니 계좌 개설만 해 달라’며 가입을 유도했다. 겨우겨우 계좌를 유치했더니 금액까지 늘리라고 압박을 받고 있는 것인데, 은행원들 사이에서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은행들의 연이은 ISA 실적 압박은 금융감독원의 검사를 대비한 선제 조치로 풀이된다.얼마전 금감원은 ISA의 불완전판매 및 금융실명제 위반 여부를 검사하기 위해 모든 은행 영업점에 CCTV 자료 보전을 지시했다. 언제든지 은행 검사를 통해 편법, 불법을 색출해 내겠다는 금감원의 선전포고로 은행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금감원은 1만원 미만 ISA 계좌 중 일부는 판매 과정에서 불완전판매나 실명제를 위반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권 ISA 계좌 중 70% 이상이 가입 금액 1만원 이하인 ‘깡통계좌’다. 실제로 농협은행은 ISA 평균 가입금액이 가장 적었고, 하나은행은 가입금액은 큰 편이었으나 직원들에 대한 실적압박이 큰 것으로 알려져 금감원이 예의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또 은행들에게 영업점 자체검사를 요청하기도 했다. 직원들에 대한 금액 늘리기 압박 논란을 받고 있는 한 은행 관계자는 “금감원 검사를 대비해 불완전판매 여부 등을 영업점 자체적으로 점검해보라는 것이었을 뿐 압박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나리 기자 nallee-babo@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