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기획 독점사용 '디지털PPL기술'이 무서운 이유

전경진 기자
입력일 2016-06-02 17:24 수정일 2016-06-02 17:48 발행일 2016-06-03 5면
인쇄아이콘
KakaoTalk_20160602_171746076
제일기획이 확보한 디지털PPL 기술은 이미 제작된 영상의 PPL상품을 사후에 변경할 수 있는 기술이다. 사진은 이 기술을 활용해 동일한 화면의 상점의 브랜드를 정교하게 바꾼 모습.(사진출처=광고회사 ‘미리애드’ 홈페이지)

지난 4월 종영한 KBS2 드라마 ‘태양의 후예’는 40%에 육박하는 시청률로 흥행가도를 달렸다. 중국에서도 흥행에 성공해 주인공 유시진 역의 배우 송중기는 한류 스타 대열에 오르기도 했다.

단지 드라마 성공만이 아니다. 드라마 속 간접광고(PPL) 상품들 역시 연일 화제가 됐다. 특히 드라마 배경 중 하나인 카페 ‘달콤커피’는 드라마 방영 후 국내외 관광객들 방문이 늘어 최근 100호 매장을 오픈 하기도 했다. 하지만 향후 VOD 서비스 등을 통해 태양의 후예를 다시 보게 되는 시청자들은 달콤커피가 아닌 다른 카페에서 주인공들이 대화하는 모습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2일 광고업계에 따르면 제일기획이 ‘디지털PPL’ 기술을 활용한 PPL 사업을 본격 시작하며 높은 수익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디지털PPL이란 드라마 등 영상 콘텐츠가 제작 완료돼 유통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특정 업체의 상품을 간접광고로 삽입할 수 있는 기술이다. 원래 PPL 상품은 영상 제작 과정에서만 배치할 수 있었다. 이 기술로 ‘사후 PPL 광고’ 시장이 새롭게 창출된 것이다. 하지만 현재 국내 광고대행사 중엔 제일기획만 이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영국계 광고회사 ‘미리애드’와 계약을 맺고 국내와 중국에서의 디지털PPL 기술 독점 사용권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제일기획 관계자는 “미리애드와 독점 사용권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다른 국내 광고회사가 디지털PPL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선 미리애드 외에 다른 업체를 찾아 기술 계약을 맺어야 한다”며 “하지만 이 기술을 보유한 회사가 세계에서 손에 꼽히고, 특히 미리애드만한 기술력을 가진 회사는 더욱 드물다”고 밝혔다.

실제 제일기획은 이미 사후PPL 사업을 진행, 앞서 나가고 있다. 중국 동영상 스트리밍 사이트인 ‘아이치이닷컴(iQiyi.com)’이 최근 태양의 후예를 VOD 서비스로 공급하고 있는데 여기에 태양의 후예 드라마 원본엔 없던 국내 모 제약회사의 상품을 새롭게 삽입한 것이다.

더욱이 지난 31일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KCTA)와 디지털 PPL 사업 공동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MOU)도 체결해 사후PPL 사업 확대를 위한 교두보도 마련했다. 개별 제작사나 방송사를 따로 만나 PPL 계약을 맺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해소된 것이다. 협회엔 ‘응답하라’ 시리즈를 제작한 tvN 등이 소속돼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체된 국내 광고 시장에서 살아남고자 모든 광고회사들이 신규 사업을 모색 중인데 제일기획은 광고회사들이 그동안 잘 해오던 PPL 영역에서 디지털PPL 기술을 확보해 새 시장을 열었다”며 “PPL시장도 계속 성장하고 있는 만큼 큰 어려움 없이 손쉽게 수익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전경진 기자 view@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