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보험권 자살보험금 지급 논란, 맥거핀 꼼수

이나리 기자
입력일 2016-05-30 15:41 수정일 2016-05-30 15:54 발행일 2016-05-3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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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리 기자
이나리&nbsp;금융부&nbsp;<span style="font-size: 9pt; line-height: 1.5;">기자

영화계에 ‘맥거핀 효과’(MacGuffin Effect)라는 용어가 있다. 알프리드 히치콕 감독이 즐겨 사용한 기법으로, 관객이 영화 줄거리를 따라잡지 못하도록 속임수를 고안한 장치다. 바람에 흔들리는 촛불이나 커튼을 영화 중간에 삽입해 관객들의 불안감을 자극하며 중요한 것처럼 비춰지지만 영화의 본질과는 상관없어 관객이 헛다리를 짚게 만드는 식이다. 즉 관객에게 미끼를 주고 ‘낚는’ 것이다.

맥거핀은 영화에서 재미를 위해 사용되는 장치지만, 현실에 적용하면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

최근 보험권의 자살보험금 지급논란이 이와 닮아 있다.

보험사들은 자살보험금 지급이 자살을 방조할 수 있으므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게 옳다는 ‘자살의 당위성’을 운운하며, 어떻게든 국민들을 ‘낚으려’ 한다.

그러나 자살보험금에서 간과된 본질은 ‘자살’이 아니라 ‘약관작성자의 책임’이다.

약관을 작성한 보험회사가 스스로 작성한 약관에 불리한 내용이 들어간 것을 확인하지 못한 상황에서 보험금 청구가 들어오자 그때서야 문제를 인지하고 보험금 지급을 거절한 것이다.

회사가 스스로 작성한 약관이 자신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경우에도 그것을 지켜야 하는 ‘약관작성자의 책임’, ‘작성자 불이익 원칙’을 보험회사들이 정면으로 부정하고 있는 셈이다.

약관은 소비자와의 약속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금융감독원이 보험사들에게 당초 약속한 대로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라고 하고, 소멸시효가 완성된 자살보험금에 대해서도 지급할 것을 촉구한 것은 환영할 만하다.

‘자살증가’와 ‘소멸시효’를 들먹이는 거대한 낚시 효과 속에 미끼를 던져 본질을 흐려선 안된다.

이나리 기자 nallee-babo@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