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 특허소송 건 화웨이의 셈법은?

한영훈 기자
입력일 2016-05-25 16:14 수정일 2016-05-25 16:29 발행일 2016-05-26 5면
인쇄아이콘
화웨이와 삼성전자 사이에 ‘장군 멍군’ 식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먼저 화웨이가 삼성전자를 상대로 미국과 중국 법원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며 불을 붙였고, 삼성전자 역시 맞소송으로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의사를 밝힘에 따라 애플에 이어 ‘제2의 글로벌특허전쟁’으로 번질 전운이 감돌고 있다.

이번 소송전에서 주목되는 점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전자업계에서 과거와 달라진 중국 기업의 위상이 눈길을 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샤오미’ ‘화웨이’로 대표되는 중국 전자업체는 ‘짝퉁 제조업체’라는 오명을 꼬리표처럼 달고 다녔고, 특허소송과 관련해서도 항상 당하는 입장에 서있었다.

하지만 이번 소송은 화웨이가 글로벌 전자업체 ‘삼성전자’를 상대로 특허소송을 제기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중국 기업이 삼성전자를 상대로 소송을 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화웨이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애플’ 양강체계에 가려져 존재감이 상당부분 희석된 부분이 있지만, 어느덧 스마트폰 판매량 3위 기업까지 성장하며 같은 중국기업인 ‘샤오미’와 격차를 벌리고 있다. 또한 매년 매출의 10% 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자하며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특허와 관련해서도 화웨이는 재작년 3442건, 지난해 2898건의 특허를 신청해 2년 연속 특허 신청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화웨이가 소송전의 신호탄을 당긴 진짜 속내(?)는 손해 배상보다는 ‘크로스 라이선스‘(Cross License)’에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양 기업 간의 특허 실시권을 부여해 궁극적으로는 삼성전자가 가진 특허와 화웨이 특허를 서로 공유하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것이다. 화웨이는 애플 등과 이미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이밖에도 화웨이가 삼성전자를 활용한 노이즈마케팅을 통해 미국과 중국에서 점유율을 확대하려는 전략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이번 소송전에 대한 삼성전자의 대응방식도 또 하나의 관전포인트다.

현재 삼성전자는 전사적인 특허 관리를 맡은 안 센터장의 ’맞소송’ 언급을 통해 맞소송 의사를 밝히기만 한 상태지, 어느 정도 수준에서 대응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업계에서는 삼성 측이 화웨이와 적당한 선에서 타협 방안을 강구하는 것 보다는, 적극적으로 반격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영훈 기자 han005@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