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4년간 늘어진 지루한 싸움

장애리 기자
입력일 2016-05-08 17:05 수정일 2016-05-08 17:07 발행일 2016-05-08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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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리 금융부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이기기 쉽지 않을 겁니다. 결정적 증거가 없어요. 4년이 지났는데 새로운 물증이 나올까요? 공정위 최종 결정도 4월에서 5월로 한달여 미뤄졌어요. 뭔가 없으니 자꾸 미뤄지는 거라고 봅니다.”

은행들이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결정 과정에서 담합을 했는지 여부가 조만간 밝혀진다.

지난 2월 공정위는 신한·KB국민·KEB하나·우리·NH농협·SC은행 등 6개 시중은행에 CD 금리를 담합한 혐의가 있다는 내용의 심사보고서를 보냈다.

이런 논리 싸움의 시작은 2012년 7월 ‘CD금리 담합’ 의혹이 불거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통화안정화증권 등 단기 시장금리가 대부분 하락세를 보였지만 CD금리는 같은 수준을 유지해 담합 의혹이 제기됐다.

양측은 상반된 주장을 펴고 있다. 공정위는 “은행들은 CD금리에 가산금리를 얹어 주택담보대출 금리 등을 결정한다”며 대출이자를 더 받기 위해 각 은행 담당자들이 정기적인 모임에서 금리를 담합했다고 봤다.

하지만 은행들이 입을 맞췄다는 직접적인 증거가 없이 4년여간 지루하게 끌고 왔다.

6개 은행은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결론나면 수천억원의 과징금을 물게 된다. 대출이자를 더 낸 금융소비자들의 손해배상소송도 줄을 이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형 로펌과 대학의 경영·경제학과 교수들로 대책팀을 꾸린 이유다.

금융 당국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담합이 인정되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이달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최종 결정이 내려진다. 결과 여부에 상관없이 이런 지루하게 늘어진 사건이 발생하게 된 시스템의 문제를 개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장애리 금융부 기자 1601chang@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