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본격화…금융당국의 방점은 "회사채 시장 안정"

장애리 기자
입력일 2016-04-27 17:52 수정일 2016-04-27 18:20 발행일 2016-04-27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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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해운, 중공업 등 대기업 구조조정 본격화
우량한 중견 기업의 자금조달비용 상승 등 우려
구조조정 후폭풍 차단의 핵심 고리=회사채 시장
굳게 다문 입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2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제3차 금융개혁추진위원회에서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연합)

“금융 시장의 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금융당국이 기업 구조조정으로 인한 금융시장의 후폭풍을 막기 위해 ‘회사채 시장 안정화’에 방점을 찍었다.

금융시장의 불안 때문에 우량한 기업들마저 자금경색 등 연쇄 침체의 구렁으로 빠지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27일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제3차 금융개혁추진위원회 회의를 열고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금융 시장의 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회사채 시장 경색이 일어날 경우 회사채 유동화 보증지원, 회사채 시장 안정화 방안 등 다양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조선·해운사를 중심으로 한 기업 구조조정으로 부실 기업 정리를 추진하면서, 금융시장의 충격을 최소화하는 작업을 동시에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회사채 시장 경색을 막기 위한 금융위의 주요 대책으로는 회사채 유동화 보증 지원(P-CBO, 회사채 신속인수제) 등 다양한 방안들이 검토되고 있다.

주로 BBB에서 A 등급의 비우량 등급 채권 발행과 유통 활성화 방안에 맞춰질 계획이다.

금융위가 회사채시장 안정을 강조하는 이유는 기업의 연쇄부도가 발생할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조선·해운·건설·석유화학 산업에 속한 대기업들의 구조조정은 비교적 우량한 기업들에까지 자금 조달비용 상승 등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업계 불황으로 은행으로부터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채권시장까지 얼어붙을 경우 비교적 건전한 중견·중소기업들의 자금줄이 막힐 수 있다는 우려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시장이 경색되면 우량하거나 영업실적이 좋았던 기업들조차 연쇄적으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 당국이 선제적으로 회사채시장에 대한 활성화 방안이나 대책을 강구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2일 한진해운의 신용등급을 강등한 한국신용평가는 “(구조조정 기업 대상인) 한진해운의 경우 향후 회사채 선박금융 등 비협약채권의 채무재조정을 내재하고 있어 회사채 손상가능성이 크게 확대됐다”며 “상승한 채무불이행 위험과 대주주인 대한항공의 지원가능성 배제 등을 감안해 신용등급을 BB에서 B-로 하향조정했다”고 설명했다.

NH투자증권 임정민 연구원은 “당국이 강력하게 구조조정을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함에 따라 해운·조선업종 크레디트 채권에 대한 손실 부담도 높아질 전망”이라며 “그러나 투자자들의 심리 위축으로 인한 시장경색을 완화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이란 발언은 이러한 부담을 일부 완화시켜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회사채 신속인수제=한꺼번에 대규모로 만기가 도래한 회사채를 상환하기 위해 기업들이 사모 방식으로 또 다른 회사채를 발행하면 이를 산업은행이 인수해주는 제도. 회사채 물량의 80%는 산은이, 20%는 채권은행과 기업이 나눠 인수한다. 산은의 인수 채권 80% 중 대부분은 신용보증기금이 신용을 보강한 프라이머리 CBO(P-CBO)로 편입된다.

장애리 기자 1601chang@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