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구조조정 추진, 맹점은 없나

김정호 기자
입력일 2016-04-27 18:05 수정일 2016-04-27 18:07 발행일 2016-04-28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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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취약업종으로 분류된 조선업을 두고 정부가 인위적인 통폐합은 없을 것이라 못 박고 채권단에 구조조정을 맡기는 방향으로 정책을 선회하자 자구노력을 진행 중인 조선업계는 당연한 결정이라는 반응이다. 다만 구조조정 방향으로 도크를 줄이는 설비 축소보다는 업종 전환을 통한 경쟁력 유지에 힘써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조선설비를 줄여 점차 감소하는 수주물량에 대비해야 한다는 구조조정 방식은 경쟁 국가들의 배만 불리는 악수를 둘 우려가 크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수주량 중심으로 업황을 평가하는 것은 조선업 부진의 정확한 근거가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박무현 하나금융증권 연구원은 “조선업 불황의 기준을 수주실적만으로 보면 안 된다”며 “대개 일본 조선소의 경우 수주여부를 시장에 공유하지 않고, 유럽계 선사들도 발주한 정보를 공개하는 건 꺼린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조선소의 경우 수주 여부에 대해 거짓 정보를 흘리는 경우도 종종 있기 때문에 수주는 업황을 평가하는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또 전 세계적으로 조선업 부진이 지속하고 있지만 선박을 대체할 만한 무역운송수단은 아직 나타나지 않은 상태에서 업황 부진을 이유로 도크를 닫아버리면 결국 도크를 유지하는 중국만 이득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조선업 구조조정 방향으로, 대형 3사는 육상플랜트라는 강력한 경쟁자가 있는 해양플랜트 부문 비중을 줄이고 LNG선 등 고부가 선 위주의 수주를 추진하며, 중소형 조선소는 중형 사이즈의 탱커, 컨테이너, 벌크선 등 위주로 재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연구원은 “이들 중소형 선박 중에서 선령 15년 이상 넘어가는 배들만 현재 전 세계에 2000여척이 넘는다”며 “우리나라가 한 해 건조 가능한 선박은 300~400척 수준이기 때문에 이 부분을 공략하면 동일한 품목을 두고서 우리끼리 경쟁하다 공멸하는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형 조선소와 중형조선소가 시장을 나눠가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국내 조선업계의 경우 자신들이 LNG선을 만들지 않으면 큰 일 나는 줄 알거나 해양플랜트 공사를 못하면 문제가 있는 줄 알고 있지 않느냐”며 “중국에 비해 기술경쟁력이 있는 중소조선소들은 중소형 선박을 만들어 중국을 견제하며 시장점유율을 늘리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예고한 대대적 인력감축에 대해서는 불가피한 과정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이들이 예고한 인력감축은 비정상적인 인력구조에서 정상적인 인력구조로 가는 것이라는 의견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조선업이 활기를 띠었던 지난 2007, 2008년만 해도 조선소 전체 인력이 3만명 수준을 넘지 않았다”며 “하지만 이후 국내 조선소가 충분한 기술력을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저가입찰을 통해 해양플랜트 공사를 시작하면서 건조 지연이 빈번히 발생했고 이때마다 인력투입이 비정상적으로 늘어났다가 해양플랜트 수주잔고에 따라 고무줄처럼 인력이 줄어드는 게 반복된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수주가 줄어드는 만큼 정상적인 인력수준으로 돌아가려는 것이기 때문에 이것을 두고 ‘일감이 줄어서 사람이 나가는 거 아니냐’라고 한다면 이는 왜곡”이라고 말했다.


김정호 기자 map@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