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비자금도? 195명 한국인 조세회피처 유령회사 설립 일파만파

라영철 기자
입력일 2016-04-04 17:33 수정일 2016-04-04 18:24 발행일 2016-04-05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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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장남재헌씨,조세회피처에유령회사설립
4일 오전 서울 중구 성공회빌딩 뉴스타파 사무실에서 심인보 뉴스타파 기자가 뉴스타파-ICIJ 공동 프로젝트 '조세도피처의 한국인들 2016' 1차 공개 발표를 하고 있다. 이날 뉴스타파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가 조세회피처인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에 3곳의 유령회사를 설립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연합)

인터넷 언론 뉴스타파가 조세회피처에 페이퍼 컴퍼니를 세워 탈세 혐의가 있다고 공개한 195명의 한국인이 누구인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른바 ‘노태우 비자금’ 연루설에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인 기업인 SK그룹의 이름까지 거론되는 등 뉴스타파 폭로 후폭풍이 일파만파로 확산될 전망이다.

노태우 대통령의 장남 재헌 씨가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에 3곳의 유령회사를 설립한 사실을 확인하면서, 뉴스타파 측은 6공 노태우 정권의 비자금이 이곳 조세회피처로 흘러 들어간 것이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

노 씨는 2012년 5월18일 One Asia international, GCI Asia, Luxes international 등 3개의 페이퍼 컴퍼니를 세워 이사직을 영위했다. 문제는 이들 회사의 소유구조가 매우 복잡해 어떤 저의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점이다.

2011년 3월 재헌 씨의 아내 신정화(신동방그룹 신명수 회장 딸) 씨가 홍콩법원에 이혼 소송을 제기하면서, 재산 분할을 위해 재헌 씨의 재산 내역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는데, 그 직후 재헌 씨가 3개의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것을 뉴스타파 측은 의심하고 있다. 재헌 씨에게 흘러갔을지 모르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이혼 소송으로 드러날 것을 우려해 급히 페이퍼 컴퍼니로 돈을 돌린 게 아니냐는 추측이다.

하지만 노 씨는 뉴스타파 측에 “개인적인 사업 목적으로 1달러 짜리 회사를 몇 개 설립했지만 이혼 등 여러 가지 사정 때문이었다”며 “회사를 이용해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며 결백을 주장했다.

뉴스타파는 세간의 의심과는 달리, 6공 정권의 비자금 이동 흔적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런 의혹이 계속 있었지만, 이동흔적을 찾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조세회피처에 1달러짜리 회사를 세운 것은 국내 조세당국이나 금융당국의 감시를 벗어나 뭔가를 하려는 목적과 의도가 있었다”고 전했다.

SK그룹과의 관련설에 대해서도 뉴스타파 측은 “현재는 추정만 할 뿐”이라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의 사위가 SK그룹 최태원 회장이기 때문에 그런 의혹이 제기된 것은 사실이지만 이 역시 확인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재헌 씨가 창업자이자 주요주주로 되어 있던 IT기업 ‘인크로스’의 대부분 매출이 SK와의 거래에서 나왔다는 점을 뉴스타파 측은 주목했다.

국세청은 뉴스타파 측이 밝힌 195명(노재헌 씨 제외)에 대해 국제공조를 통해 명단을 우선 확보한 뒤, 탈세 혐의가 포착되면 즉시 세무조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뉴스타파는 이번 주 중 구체적인 한국인 명단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뉴스타파는 한국인 195명 가운데 두자릿 수는 신원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일부 소명을 받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세청이 지난 2013년 조세회피처를 통한 역외 탈세 의혹을 뉴스타파 측이 제기한 후 48명을 세무조사해 1324억원의 세금을 추징한 사례가 있어, 상당수 기업인이나 유명인들이 이번 폭로로 크고 작은 피해를 입을 것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라영철 기자 eli7007@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