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육아휴직… 대통령은 '독려' vs 은행권 '그림의 떡'

장애리 기자
입력일 2016-03-01 16:28 수정일 2016-03-01 18:59 발행일 2016-03-01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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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남성 육아휴직 확산 장려
직원 수 1만5000여명 하나은행, 남성 육아휴직 '0'
재직 남자직원 1만400여명 국민은행, 작년 '11명'
은행 경영진의 무관심, 보수적이고 경직된 조직문화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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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가 남성의 육아휴직 확산을 적극 장려하고 있지만 은행권에서 남성 육아휴직 제도는 사실상 유명무실하게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 경영진의 무관심, 복직 이후에 대한 우려, ‘남성은 일하는 사람’이라는 선입견 등 보수적이고 경직된 기업문화가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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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본지가 각 은행 자료를 취합한 결과, KEB하나은행의 전체 직원 수는 1만5000명이 넘지만 지금까지 육아휴직을 쓴 남성 직원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재직중인 남자 직원만 1만400여명에 달하는 KB국민은행에서도 지난해 육아휴직을 쓴 남성 직원은 11명에 불과했다.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총 2850명의 직원이 육아휴직을 썼는데, 이중 남성 직원의 수는 21명으로 전체 육아휴직자 수의 0.75%에 불과했다.

직원 수 1만명이 훌쩍 넘는 IBK기업은행의 경우 매년 육아휴직자가 500명 이상 발생하지만 최근 3년간 남성은 5명에 그쳤다.

신한·우리·NH농협은행 등 다른 시중은행들도 남성직원의 육아휴직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정부에서 관련 제도를 마련하고 확산을 독려하고 있지만 정작 은행권에선 남성의 자녀양육에 대한 편견과 보수적인 기업문화 때문에 있으나 마나한 제도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현 정부 들어 남성 육아휴직 제도의 확산은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나서 챙길 만큼 핵심 과제 중 하나로 추진되고 있다. 고용노동부 자료(고용보험 가입 기준)를 보면 육아휴직자 중 남성 근로자 비율은 빠르게 늘고 있다. 전체 육아휴직자 수는 지난 2010년 4만1730여명에서 매년 늘어 지난해엔 8만7339명을 기록했다. 이 기간 남성 근로자 수는 819명에서 4872명으로 늘었다. 비율로 따지면 전체의 2%에서 작년 5.6%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정부는 이를 더욱 늘리기 위해 각종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박 대통령은 최근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아빠의 달’ 확대를 통한 남성의 육아 지원 강화를 주문했고, 여성가족부는 ‘여성인재활용과 양성평등 실천 태스크포스(TF)’를 통해 가족친화기업문화 확산, 남성을 포함한 육아휴직 장려 등을 5대 핵심과제로 삼았다. ‘아빠의 달’은 남성의 육아휴직을 장려하기 위한 사업으로, 같은 자녀에 대해 부모가 순차적으로 육아휴직을 쓰면 급여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제도다.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해 남성도 육아휴직을 쉽게 쓸 수 있도록 사회적 분위기를 형성하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홍상아 연구위원은 “남성들이 육아휴직을 쓰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를 용인하지 않는 기업의 문화”이라며 “인력공백의 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라 가정에서 양육의 책임과 역할을 맡은 가장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지원해 일·가정 양립의 선순환을 만들어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애리 기자 1601chang@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