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맹이' 없는 주주친화책, 외국계 헤지펀드 '먹잇감' 된다

김민주 기자
입력일 2016-02-21 17:00 수정일 2016-02-21 18:23 발행일 2016-02-21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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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홈쇼핑·삼호개발, 외국계 자본의 지나친 요구에 속앓이
"지나친 주주환원책 요구, 경영권 간섭 및 '먹튀'로 이어질 수 있어"
최근 기업들이 잇따라 내놓고 있는 주주친화 정책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 등 주요 기업들은 주주총회 개최를 앞두고 배당 확대,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등을 경쟁적으로 발표하고 있다.

막대한 사내 유보금을 쌓아둔 상태에서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을 통한 주가 띄우기에 나서고 있는 것인데, 자칫 외국계 자본의 공격과 ‘먹튀’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주총 시즌을 앞두고 국내 상장회사들이 헤지펀드 등 외국계 자본의 지나친 요구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미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 SC펀더멘털은 지난달 말 GS홈쇼핑에 지난해 순이익의 80%에 달하는 배당과 자사주 10% 매입 후 소각 등을 담은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현재 GS홈쇼핑은 지나친 요구라며 법적 자문을 구한 상태다.

SC펀더멘털은 또 토목 위주 건설사인 삼호개발에도 주총을 통해 배당을 지난해의 두 배 수준으로 올리고 자사주 5% 매입을 결의하라는 내용증명도 이달 초 발송했다.

외국계 자본의 지나친 주주환원 요구는 경영권 간섭은 물론 ‘먹튀’로 이어진 사례가 적지 않다.

실제 지난 2011년에 SC펀더멘털은 페트라투자자문과 함께 국보디자인을 상대로 배당금 증액과 이사 선임, 감사 추천 등을 요구했다.

이후 주총에서 소액주주 일부가 SC펀더멘털과 페트라투자자문의 손을 들어주면서 감사가 교체됐다. 하지만 그 해 주가가 급등할 때 SC펀더멘털과 페트라투자자문은 보유 주식을 전량 매도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들이 수동적인 주주친화 정책을 펼치고 있어 외국계 자본의 손쉬운 공격 대상이 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둔화 및 중국과의 경쟁 심화로 미래가 불투명해진 상황에서 새로운 먹거리나 캐시카우(핵심 수익원), 미래발전 전략 등 중장기 경영비전을 제시하는 게 보다 적극적인 주주친화 정책이라는 지적이다.

정삼영 한국대체투자연구원장은 “현재 (국내 기업의) 주주친화정책은 단순히 주주들의 기분을 맞춰주는 수준”이라며 “배당확대, 자사주 매입, 소각 등은 단기적인 주주친화정책이며 이보다 장기적으로 주주들이 예측가능하고 신뢰할 수 있을 만한 것을 내놓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민주 기자 stella2515@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