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뀌는 졸업식 풍경]"취업에 유리하지도 않은데"…'미취업 졸업' 늘고 있다

전경진 기자
입력일 2016-02-21 11:32 수정일 2016-02-21 16:00 발행일 2016-02-2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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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졸업을 미루지 않고 하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19일 학위수료식이 있었던 서울여대 대강당.

“졸업을 하든 안 하든 취업하기 어려운 건 비슷한 것 같아요.”

청년 취업이 힘들어지면서 ‘소속’에 대한 우려감이 커진 졸업예정자들이 졸업을 미루고 있다. 하지만 지난 19일 서울여자대학교 졸업식에서 만난 이민지(25·경영학과)씨는 휴학이나 졸업 유예 한번 없이 대학을 ‘칼졸업’했다.

이씨는 “학교 다니면서 취업을 하진 못했지만 졸업 예정자 신분이 취업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에 바로 졸업했다”며 “다들 너무 취업이 어려운데, 일단 졸업을 하고 이번 상반기 취업을 노려볼 생각이다. 취업도 안 된 상태에서 졸업하는 게 크게 신경 쓰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최근 졸업 유예 없이 바로 학교를 졸업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과거에는 취업시장에서 졸업 예정자(졸예자)가 유리하다는 이야기가 돌며 취업을 위해 졸업을 미루는 학생들이 많았다. 하지만 극심한 취업난 속에 졸업자든 졸예자든 똑같이 직장을 구하기 어렵자 차라리 취업에 전념키 위해 빨리 졸업을 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한 번 휴학을 해 올해 4학년이 되는 정유미(25)씨도 굳이 졸업을 미룰 생각이 없다. 그는 “졸업 여부가 취업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지 않고 기업들도 졸예자들을 싫어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올해 한국외국어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를 졸업한 조모(27·여)씨도 “1년6개월간 유예했지만 이번에 취업을 하지 못했다”며 “더 이상 미루는 것이 무의미해 졸업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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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 예정자 신분이 취업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자 바로 졸업을 하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19일 학위 수료식이 있었던 한국외대 교정.

특히 추가로 수업을 듣기 위해서는 비용이 들어간다는 점도 졸업을 미루지 않는 이유다.

서울여대 산업디자인과 안지원(26)씨는 “요즘엔 그냥 빨리 대학을 졸업하자는 추세”라며 “우리 학교는 유예 제도가 없어 졸업을 미루려면 50만~60만원 학비를 내고 한두개 수업을 더 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비용을 들여도 취업에 별 영향이 없다. 그는 “어차피 기업들도 졸예자가 어떤 건지 안다”며 “오히려 왜 유예했냐고 나중에 면접에서 부정적으로 물어본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달 청년 실업률은 9.5%로 16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실제로 지난달 취업정보 사이트 사람인이 기업 251개사를 대상으로 ‘신입사원 채용 시 졸업여부가 선호에 미치는 영향’ 조사 결과를 보면 ‘졸업자를 더 선호한다’가 30.7%로 ‘졸업예정자를 더 선호한다’(10.7%)는 응답보다 3배가량 많았다. 1위는 ‘상관 없다’(58.6%)는 응답이었다.

전경진 기자 view@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