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뀌는 졸업식 풍경]'꽃다발' 대신 '사탕다발'…"비싼 1회용 꽃다발보다 얘들이 좋아해요"

이해린 기자
입력일 2016-02-19 15:30 수정일 2016-02-21 16:00 발행일 2016-02-2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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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한 생화 판매대와 달리 북적이는 초콜릿다발 판매대 (사진=이해린기자)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꽃다발을 한아름 선사합니다.”

한 손에 졸업장, 다른 한 손에 꽃다발을 들던 전통적인 졸업식장 풍경이다. 그러나 점차 졸업식의 상징인 ‘꽃다발’이 사라지고 있다.

19일 오전 노량진초등학교 졸업식장 앞, 으레 보이던 꽃다발 판매대가 있었지만 사람들은 이내 발길을 돌렸다.

대신 바로 옆 ‘사탕다발’을 파는 곳에 더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 조화와 초콜릿을 섞어 만든 다발의 가격은 1만3000~1만5000원대로 꽃다발보다 저렴했다.

사탕다발에 관심을 보이던 한 학부모는 “꽃은 한번 쓰고 버리는 반면 이건 먹을 수 있어서 좋다”며 한다발을 구입했다.

꽃 대신 ‘사탕다발’에 더 관심이 모이는 것은 실속을 중시하는 사람들의 소비 패턴 변화 때문이다.

전날 집에서 직접 ‘초콜릿 다발’을 만들었다는 한 학부모는 “꽃과 값은 비슷한데 재활용이 가능해서 좋다”며 “아이가 단 것을 좋아해 특별한 선물인 것 같다”고 말했다.

꽃집 ‘꽃다우리’를 운영하는 김정아씨는 “요새는 꽃다발에 주로 초콜릿과 조화를 넣고, 상대적으로 비싼 생화는 곁들이로 넣어 구색만 맞추는 추세”라며 “손님들도 ‘사탕다발’이 꽃보다 경제적이라고 생각해 많이 찾는다”고 전했다.

초콜릿과 조화 등은 날씨, 작황 상황, 공급량에 구애받지 않아 생화와 달리 가격 변동이 없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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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 가격동향(aT 월간거래동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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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꽃 가격동향(aT 월간거래동향)

‘사탕다발’이 인기를 끄는 또 다른 이유는 생화 도매 가격이 올라 꽃값이 올랐기 때문이기도 하다.

졸업식장 앞에서 꽃다발을 구입한 한 학부모는 “몇 송이에 2만원이나 해 상인과 한바탕 했다”며 “예전에는 비슷한 것을 반값에 샀다”고 말했다.

졸업식 꽃다발에는 주로 장미꽃, 안개꽃 그리고 프리지아가 많이 쓰이지만 세 종류 꽃은 모두 가격이 증가한 추세다.

aT화훼공판장 1월 시황에 따르면 올 1월 장미 가격은 한 속에 6493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32% 증가했고, 특히 안개꽃은 1만3582원으로 161% 폭등했다.

지난 겨울 한파로 인해 출하량이 감소했고, 특히 안개꽃의 경우 염색한 안개 수요가 늘어나 염료값이 추가돼 가격이 증가했다.

또한 경기침체, 일조량 부족, 동절기 한파 및 폭설, 폭설로 인해 제주지역 물량이 반입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전체 거래량도 전년 동기대비 4% 감소, 전체 경매금액은 전년 동기대비 1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aT측은 밝혔다.

졸업식장 앞에서 꽃을 팔던 한 상인은 “20년 간 꽃 장사를 했지만 요새 안개, 프리지아 값이 엄청 올랐다”며 “꽃값이 올라 사람들이 돈을 안 쓴다”고 전했다. 장사가 안 되니 같이 졸업식을 찾아 다니던 다른 꽃집들도 점점 나오지 않는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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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식장 앞 한산한 생화 판매대(사진=이해린기자)

글·사진=이해린 기자 le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