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1주년] '젊은 심장' 강한 벤처가 국가 경제 이끈다

민경인 기자
입력일 2015-09-17 17:14 수정일 2015-09-17 18:34 발행일 2015-09-18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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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을 다시 뛰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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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기업 하나가 한나라의 운명을 바꿀 수도 있다.

애플이나 구글, 페이스북은 벤처에서 시작해서 미국은 물론 전세계의 IT지도를 송두리채 바꿀 정도로 파괴력을 발휘했다. 강한 벤처의 존재감이 오늘날의 미국을 지탱하는 가장 강력한 기둥인 셈이다.

이들은 시장에서 특출난 아이디어로 승부하며 ‘게임 체인저(Game Changer)’ 역할을 한다. 대기업과 같은 대규모 자본으로 무장한 주류 세력이 이끄는 시장에서 ‘유연함’과 ‘창의력’을 무기로 큰 충격을 주며 시장을 변화시킨다.

우리나라도 1990년대 말 ‘벤처붐’으로 시장이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던 적이 있었지만 닷컴버블 붕괴 이후 최근들어서는 다음카카오와 CJ넷마블 등을 중심으로 모바일 혁명이 한창 진행중이다.

그럼에도 아쉬운 점은 국내 벤처기업들은 대부분 국내형이라는 점이다. 미국과 이스라엘, 중국의 벤처들이 출발부터 세계시장을 노리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 “출발부터 세계 시장을 노려라”

‘벤처 선진국’으로 유명한 이스라엘의 벤처기업들은 늘 세계 시장을 겨냥한다.

국토의 절반 이상이 사막이고, 인구도 800만명에 불과해 내수 시장도 작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스라엘의 벤처 기업은 철저히 세계 시장을 노린다.

이스라엘에서는 연간 700여개에 달하는 IT·생명공학 등 분야의 기업들이 새로 태어나고 있다. 특히 국민 1만명당 창업자 수는 10명이며 국민 1인당 벤처투자액 170달러다. 국민 1만명당 연구개발 인력 140명으로 모두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들은 창업 단계부터 세계 시장을 염두에 두고 있다 보니 이스라엘의 스타트업들은 늘 글로벌 기업의 관심을 받는다. 영어 구사는 기본이다.

2006년 이후 이스라엘에서 창업한 스타트업 6000여개 중 500여개가 해외 기업에 인수·합병됐다. 이를 통해 이스라엘이 벌어들인 돈은 지난해에만 약 17조6000억원에 달했다.

이스라엘의 이 같은 창업 성공 가도는 국가의 의지도 한 몫했다. 1993년 이스라엘 정부가 벤처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조성한 요즈마펀드는 이스라엘 정부가 민간과 공동으로 설립한 벤처캐피탈이다. 1997년 민영화로 전환했고 이스라엘 벤처캐피탈 산업 기반과을 조성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요즈마 펀드로부터 투자자금을 지원받은 벤처기업은 경영에 실패하더라도 투자금을 갚을 필요가 없다. 실패 경험이 또 다른 창업의 밑거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아직은 부족한 정부 벤처 지원

‘제2의 벤처붐’을 꿈꾸는 우리나라는 여전히 스타 벤처를 육성하는데 있어서는 선진국에 비해 부족한 점이 많다.

현재 박근혜 정부의 대표적인 벤처기업 지원 정책인 ‘창조경제혁신센터’도 그렇다. 정부가 전국 17개 지역에 추진한 창조경제혁신센터는 대기업과 연계해 벤처·중소기업 양성과 미래 산업 발굴이라는 취지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취지와는 다르게 여러 곳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연계 대기업 퇴직자들의 ‘자리 챙기기’를 위한 곳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홍의락 의원은 전국 17명의 창조경제혁신센터장 중 11명이 지역 연계 대기업 퇴직자 출신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채용형식은 도전과 아이디어를 중시하는 벤처기업에 대한 대기업의 이해가 부족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또 창조경제혁신센터와 관련해 안정을 추구하는 대기업의 시각이 도전을 중시하는 스타트업에 반영될 경우 육성자체의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또 입주 벤처기업 등을 위한 창조경제혁신센터의 펀드 조성 목표는 약 8000억원이지만, 현재 조성 펀드 규모는 40% 수준에 불과하다. 또 일부는 조성조차 되지 않는 등 부진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제2의 벤처붐을 위한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지속성을 갖기 위해선 정부의 요구가 아닌 멘토기업이 자발성을 가지고 지속하는 것을 지금부터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민경인 기자 mkibrdg@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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