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자 출신 미국 대통령들의 양복 장인…드 파리 별세

이운재 기자
입력일 2015-09-14 14:20 수정일 2015-09-14 14:21 발행일 2015-09-14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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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슨부터 오바마까지…9명의 대통령 양복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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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4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조르주 드 파리 양복 제단사가 백악관에서 함께 찍은 사진.(AFP=연합)

노숙자에서 미국 역대 대통령들의 정장을 만드는 장인이 된 프랑스 출신 이민자 조르주 드 파리 제단사가 81세의 나이로 13일(현지시간) 별세했다.

AFP 등 외신은 드 파리씨가 미국 버지니아주 알링턴의 한 요양시설에서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그의 친구 디마시토 페레이라의 말을 인용해 이날 보도했다.

드 파리씨는 2년 전 뇌종양 판정을 받은 후에도 워싱턴D.C에 소재한 자신의 가게에서 최근 두 달 전까지도 계속 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 남부 마르세유 출신인 드 파리씨는 27살의 나이에 4000달러를 가지고 미국에 정착했지만 동거 중이던 미국인 여자친구로부터 결혼거부를 이유로 버림받았다.

이후 그는 빈털터리 신세로 백악관 근처의 주차장 등지에서 6개월간 노숙생활을 전전했다.

하지만 그는 프랑스계 캐나다인 제단사의 보조로 주 70달러의 급여에 취업하면서 인생이 완전히 달라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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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2년 워싱턴 D.C에 소재한 자신의 양복점에서 정장을 만들고 있는 조르주 드 파리씨의 모습.(AFP=연합)

각고의 노력 끝에 그는 1969년 미국 시민권자가 됐고 재봉틀을 구매한 후 자신의 양복점을 개업했다.

또 당시 하원의원이던 오토 패스먼과 식당에서 우연히 대화하다 옷을 만들어 준 게 계기가 돼 백악관과 인연을 맺었다.

드 파리씨의 제단 실력은 패스먼 의원을 통해 입소문이 퍼져 당시 부통령이던 린든 존슨도 양복을 드 파리씨에게 맡겼다.

1963년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암살돼 존슨 부통령이 대통령이 된 이후 드 파리씨는 대통령들의 옷을 전담했다.

리처드 닉슨, 제럴드 포드, 지미 카터, 로널드 레이건, 조지 H.W. 부시, 빌 클린턴, 조지 W.부시, 오바마까지 9명의 대통령이 드 파리씨의 정장 제작 기술에 대해 “가장 친근하고 기품있다”며 찬사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드 파리씨의 20년 된 절친한 친구는 “(드 파리는) 몸이 아파 일을 하지 않을 때에도 아침·저녁으로 늘 가게에 들렸다”며 “누구도 자신의 지병을 알기를 원치 않았다”고 말했다.

이운재 기자 news4u@viva100.com